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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벌면 행복하다?…한 달에 '이 금액'이 한계다, 얼마

해암도 2022. 4. 29. 11:24

 

사진=flickr

노동시간을 늘려 소득이 늘어날 경우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일정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고된 노동으로 인해 오히려 행복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월 600만원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의 경우 월 1480만원이 행복감의 정점을 느끼는 소득이었다. 이 이상의 돈을 버는 대신 지나치게 장시간 일해야 한다면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9일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연구: 근로시간과 근로소득 간의 상호성을 반영하여'(연구자 고혜진 부연구위원, 교신저자 정해식 연구위원) 연구논문을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보사연은 2020년 6월 23일∼7월 21일 전국 5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 자료에서 근로소득이 있는 3636명을 추려내 근로시간과 소득, 행복 간의 관계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월평균 근로소득과 주당 근로시간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근로자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지만, 일정 소득 이상에서는 행복 수준을 높이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월평균 근로소득이 약 1100만원까지는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만, 그 이상의 소득에서는 행복 수준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임금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월 600만원 수준일 때 최대로 행복하지만, 이 지점을 지나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소득을 올리더라도 행복 수준은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방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는 행복감이 정점에 달하는 월 근로소득 수준은 1480만원이었다. 소득이 증대할수록 행복 수준은 올라갔지만, 주당 약 44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면 행복감은 낮아지는 등 과도한 근로시간은 행복을 저해했다.

다만 비임금근로자는 소수의 고소득 고용주와 다수의 자영자 및 무급가족 종사자로 나뉘는데, 다수를 차지하는 자영자 및 무급가족 종사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 수준이 상당히 낮아서 소득 증가를 위해 장시간 근로를 감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주당 근로시간별 행복감을 추정한 결과, 일자리 종류와 무관하게 주당 평균 40시간가량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행복감이 가장 높은 편이었고, 주당 평균 80시간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도 기존의 국내외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넘어서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소득을 높이더라도 행복을 증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과 불완전 고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한 소득 확보는 중요한 정책 과제이긴 하지만, 소득 확보만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소득 보장과 더불어 적정 시간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사회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국민의 행복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이 길고, 특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사람들의 비율도 높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의 하나인 '일과 생활 조화(work-life balance)' 영역을 보면, 장시간 근로자(주당 50시간 이상 근로) 비율은 한국이 25.2%에 달해 40개 회원국 중 37위였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