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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美 공원관리원의 아름다운 은퇴

해암도 2022. 4. 19. 08:20

84세때 취업… 17년간 근무한 베티 소스킨, 문화해설사 역할도

오바마 “당신이 한 일 고마워요”

최고령 파크 레인저 베티 소스킨(오른쪽)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시민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베티! 베티!”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 리벳공 로지 박물관에 모여있던 300여 명의 주민들은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열띤 환호와 박수로 맞았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소속 현역 최고령 파크 레인저(국립공원과 역사 유적지의 순찰·관리원)로 일하면서 작년 8월 100살 생일을 맞았던 베티 레이드 소스킨. 빈민가 출신의 흑인 여성이라는 소수계 핸디캡을 딛고 미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보통 사람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그의 은퇴식이 이날 열렸다.

 

그는 늘 그랬듯 쑥색 옷과 챙이 있는 모자로 구성된 레인저 근무복으로 단정하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그는 리벳공 로지 2차 대전 국립 역사 기념 공원 내에 있는 이 박물관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로 근무해왔다.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는 2차 대전 당시 이 일대에서 운영됐던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린 젊은 여성들을 말한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리치먼드에 정착한 소스킨 역시 군수공장 사서로 일하면서 동시대를 생생하게 경험했고, 그의 구술은 국립역사공원과 박물관이 충실한 콘텐츠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여든네 살이던 2005년에 NPS에 임시직으로 고용됐고, 이후 정규직이 됐다. ‘리벳공 로지’ 시절을 직접 경험한 소스킨의 문화유산해설 프로그램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동료 레인저들은 정복 차림으로 참석해 인생 선배이자 동료의 은퇴를 축하했다. “소스킨은 2차 대전 기간 흑인 여성들의 역할을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의 프로그램은 다양한 배경에서 온 많은 이들이 전쟁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를 말해주는, 단결에 관한 것이었다”는 찬사가 나왔다.

 

소스킨은 2015년 NPS를 대표해 백악관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 제복을 입고 참석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소스킨과 오바마가 포옹하는 모습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소스킨은 공식 은퇴식을 끝으로 17년간의 파크 레인저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공식 근무 마지막 날까지도 정복 차림으로 업무를 진행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소스킨과 남다른 인연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 “베티.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한 일에 고마워하고 있는지 알아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