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사춘기 전부터 담배 피운 할아버지, 손녀 비만 부른다

해암도 2022. 1. 24. 12:42

 

[사이언스샷]

 

흡연의 피해는 당사자뿐 아니라 후손에게도 이어진다.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 때문에 손녀가 비만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Pixabay

 

새해 금연을 해야할 절실한 이유가 생겼다. 30년에 걸친 장기 추적 조사에서 일찍 담배를 피운 할아버지 때문에 손녀가 비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흡연의 폐해가 당사자는 물론이고 후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진 골딩 교수 연구진은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성적으로 성숙하기 전에 담배를 피우면 나중에 태어난 손녀의 체지방이 증가한다”고 지난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1990년대생 1만4000여명 30년 조사

 

앞서 연구에서 동물 수컷이 성숙하기 전에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후손에게 영향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했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사춘기 전 흡연이 후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991~92년 영국 에이번에서 출생한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를 분석했다. 2014년 연구진은 아버지가 11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아들의 체지방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설문 대상을 4대까지 확장시켰다.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사춘기 이전인 13세 전에 처음 담배를 피웠거나, 아니면 13~16세에 흡연을 시작했을 때 후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것이다.

 
분석 결과 남자 조상이 사춘기 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여자 후손의 체지방이 증가했다.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일찍 흡연을 했다면 손녀가 17세가 됐을 때 늦게 흡연을 한 조상을 둔 친구보다 체지방이 3.54㎏ 더 많았다. 24세가 되면 그 차이가 5.49㎏까지 늘었다.
 
영국에서 1만4000여명을 3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면 손녀의 체지방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어린이 과체중은 식습관·운동보다 조상 영향”

 

외가 쪽 남자 조상이 일찍 흡연을 하면 후손에 주는 피해가 더 컸다. 외할아버지나 외증조할아버지가 사춘기 전에 흡연을 시작하면 손녀가 17세, 24세에 흡연을 늦게 한 조상을 둔 친구보다 체지방이 각각 5.35㎏, 6.10㎏ 많았다. 이번에는 남자 후손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골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춘기 전에 남성이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그 영향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또한 어린이가 과체중이 되는 것은 현재 식습관이나 운동보다는 오히려 조상의 생활양식과 더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