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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쓰러진 93세 치매 할머니... 유기견 백구가 40시간 지켰다
해암도
2021. 9. 2. 04:11
치매를 앓는 90대 할머니가 실종 40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따라 나섰던 반려견이 쓰러진 할머니를 지켜준 덕분이다.
90대 김 할머니를 구한 반려견 '백구'/TJB 대전방송
1일 충남 홍성군과 TJB 대전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반려견 ‘백구’와 집을 나선 김모(93) 할머니는 마을을 벗어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인근 축사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게 마지막이었다.
마을 주민이 총동원 되고, 경찰이 드론을 이용해 수색에 나선 끝에 자택에서 2km 떨어진 마을 들판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실종 40시간 만이었다.
악천 후 속에서 거동까지 불편한 김 할머니가 이틀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백구 덕분이었다. 백구는 탈진해 쓰러진 할머니 옆에서 몸을 비비며 체온을 유지했고, 경찰의 열화상 탐지 드론이 백구의 생체 신호를 탐지해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충남경찰청 드론 운용 행정관은 “할머니께서는 물속에 누워 계셨기 때문에 체온이 정확히 표현되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강아지가 체온이 높아서 진하게 표현이 됐기 때문에 발견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유기견이었던 백구는 3년 전 대형견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할머니 가족이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김 할머니와 백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김 할머니의 딸은 백구를 쓰다듬으며 “그때 자기를 구해준 은혜를 갚는 건가. 우리도 더 잘해줘야죠”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소정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