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코로나 3시간 생존”... 환기 시키는 방법 따로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한창 발생할 때 일이다. 식당서 무증상 감염자(하루 뒤 코로나로 확진)가 식사를 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식사한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고, 되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식사하던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 무증상 감염자의 침방울이 날아갈 거리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흔히 코로나19는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묻은 침방울(비말)이 날아와 나에게 묻거나 들이마셔서 감염되는 비말 감염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옆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더라도 침방울이 튀는 2m 밖에 있으면 전염의 우려가 적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각 나라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비말 감염을 기본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m를 시행해 왔다. 침방울은 입자 크기가 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는 5마이크로미터보다 훨씬 커서, 기침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침방울은 양팔 벌린 거리 정도를 날아갔다가 바닥에 가라앉는다.

◇공기 중 떠다니는 바이러스에 감염
하지만 비말 전파로 설명할 수 없는 ‘뜬금없는 감염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공기 전파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감염자의 호흡에서 나온 바이러스 자체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이를 흡입하여 감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논문이 최근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 미국·캐나다 공동 연구진은 코로나 전파와 관련된 논문 20여편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공기 전파를 뒷받침하는 10가지 과학적 이유’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근거들은 직접적인 실험 결과이기도 하고, 정황 증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국·영국 등의 콘서트홀·학교·유람선·요양원 등에서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확진자 위치 분포를 조사해보면 침방울이 날아갈 수 없는 먼 거리에 있었던 사람이 많았다. 이는 바이러스 공기 전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미국 식당 사례도 실내 공간에서 공기 흐름에 와류가 발생해 감염자로부터 나온 바이러스 공기가 감염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의 손님들에게 흘러가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감염자와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고, 그저 호텔 방을 순차적으로 사용한 사람에게 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비말 전파로는 불가능하다. 그 방 공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떠다녔고, 그것을 다음 손님이 들어와 마셔서 감염된 공기 전파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공기 전파가 홍역 바이러스인데, 홍역 환자와 같은 방에서 숨만 쉬었는데도 상당수가 홍역에 전염되기도 한다.
역학조사상 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은 감염자로부터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침방울 없이도 바이러스가 옮겨졌다는 얘기다. 이 밖에, 실내 환기를 자주 한 곳에서는 감염자 발생이 적었고, 엄격하게 소독과 마스크·개인보호구 착용이 이뤄진 병원에서도 전염이 발생했고, 감염자가 머문 공간 먼 쪽의 공기 필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된 사례 등이 공기 전파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 예방 방역 지침을 공기 전파를 기준으로 짜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실내에서는 거리 두기보다 환기
코로나 감염자가 머문 방 공기 속에서 바이러스는 최대 3시간 생존해 떠다닌다는 것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내에서 2m보다 멀리 날아가고, 예상보다 오래 생존한다는 의미다. 감염자 호흡으로부터 나온 바이러스 농도는 공기 속에서 1시간이 지나야 절반으로 줄어든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에 있을 때는 밀집 상태를 피하고 거리 두기와 함께 철저한 환기가 감염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 전파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밀폐된 실내에 여럿이 있지 말아야 한다. 최소 한 시간에 한 번은 실내 공기를 환기해야 한다. 환기할 때는 최소 두 개 이상 창문을 열어 대각선으로 공기 흐름을 만들어야 효과적이다. 공기 유입구는 작게 하고 출구를 크게 하면 공기 흐름이 빨라져 효율적인 환기가 일어난다.
실내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밀착해서 쓰고, 천 마스크는 필터 기능이 없기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환기가 덜 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고도 호흡이 거칠어지는 격한 운동을 삼가고, 큰 소리로 나누는 대화나 노래는 자제해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