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풀 뜯어먹는 우리 반려견, 괜찮은 걸까요 [개st상식]

해암도 2021. 4. 26. 08:30

美 대학 연구보고서…“반려견의 80%는 풀을 뜯는다”


풀 뜯는 행위는 일반적, 구토한다면 진단 필요

 

반려견들은 산책길에 풀을 즐겨 먹는다. timesofindia

 

 

육식 성향이 강한 개가 들판의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은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터무니없는 말을 가리켜 ‘개가 풀을 뜯는 소리’에 비유할 정도이죠. 하지만 개들은 풀을 즐겨 먹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계에서는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것’ ‘소화를 촉진하는 행동’ 등 다양한 가설이 나왔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를 검증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벤자민 하트 수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입니다. 하트 교수는 72마리의 반려견을 모니터링하고 반려견을 기르는 3000명 대상의 설문조사를 한 뒤 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하트 교수는 두 개의 가설, 즉 ‘개, 고양이는 속을 게우려고 식물을 먹는다’ ‘영양 보충 차원에서 식물을 먹는다’를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수의학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것들이었는데요. 결론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초식은 보편적 습관…단, 구토는 따져봐야


하트 교수는 우선 수의과 학생들의 반려견 25마리를 관찰했습니다. 개들이 풀을 먹는 빈도, 건강 검진 결과, 구토 증상 등을 조사했지요. 그 결과 25마리 모두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전부 건강했으며 전체 8%인 두 마리는 풀을 먹은 뒤 규칙적으로 속을 게워냈습니다. 대학동물병원을 내원한 47마리의 개들도 관찰 대상이었습니다. 모두 건강 이상은 없었고, 37마리(80%)는 풀을 뜯어 먹었으며 6마리(13%)는 풀을 먹은 뒤 구토를 했죠.

반려견이 풀을 뜯는 행위를 억지로 말리는 건 좋지 않다. 입 안에 손을 넣으면 부상 위험이 크며, 반려견이 급하게 삼키는 습관이 생긴다. 간식으로 유인하거나, 거꾸로 들어 올리는 것이 낫다. countryliving

 

 

하트 교수는 3000명 대상의 설문 조사도 했습니다. 반려견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 풀을 뜯어 먹는 지 여부도 함께 설문했죠. 반려견의 풀을 먹는 빈도를 묻자 응답자의 68%는 ‘하루 1회 이상’이라고 했고 8%는 ‘1주일에 1~2회’라고 답했습니다. 풀을 먹는다는 답변이 80%에 육박했고 연구팀은 “초식과 건강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 짓습니다.

통념과는 달리, 식단과 초식 습관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연구팀은 “영양이 골고루 담긴 음식,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개들도 풀을 자주 뜯어 먹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반려견의 ‘초식 뒤 구토’ 행위는 건강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반려견이 풀을 뜯어 먹은 뒤 구토를 했다는 응답은 전체 22%에 달했는데, 연구진은 “나이가 많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였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이 풀을 뜯어 먹는 행위는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농약을 뿌린 장소에서는 주의가 필요하겠으나 초식 행위 자체는 탓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풀을 뜯은 뒤 개가 구토를 한다면 이는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으며,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입력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