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느끼는 사회적 울분 1위는 정치인 부패·부도덕
서울대 유명순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1일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 사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478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올해 한국 사회의 울분 점수는 평균 1.75점으로 2018년 1.73점, 2020년 1.58점보다 증가했다. 울분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이상 없음’은 2018년 45.4%, 2020년 52.7%, 2021년 41.8%으로 지난 두 해보다 하락했다.
반면 지속되는 울분을 뜻하는 ‘중간 울분' 상태의 집단은 2018년 39.9%, 2020년 35.4%에서 2021년 44.3%로 증가했다. 만성적인 울분을 느끼는 집단은 2018년 54.6%, 2020년 47.3%, 2021년 58.2%로 작년 대비 10.9%p 상승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조건 중 울분의 크기에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인 것은 ‘소득 수준’과 ‘주택소유 여부였다.
가구소득을 월 200만원 이하, 201만~360만원, 361만~540만원, 541만원 이상의 4개 집단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월소득 200만원 이하 집단에서 울분 점수가 1.92점으로 나타나 가장 높았다. 주택 소유 여부로 나눴을 때,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집단의 울분 점수(1.86점)가 주택 소유 집단(1.7점)보다 높았다. 또 무주택자 중 ‘심한 울분'을 느끼는 비율이 전체의 16.9%로 나타나 주택이 있는 집단에서 12.5%로 나타난 것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혼이나 해고 등 개인적인 경험이 일으키는 울분 외에도 사회·정치적 불공정 사안이 일으키는 울분이 있다고 봤다. 사회·정치적 불공정 사안 16개를 제시하고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다음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가장 큰 울분 요인으로 나타났다.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는 2018년 5위, 2020년 3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위로 순위가 올라갔다.
이외에도 성별에 따라 울분을 느끼는 사회·정치적 사안이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병역 의무의 위배’ 항목에서 여성보다 큰 울분을 느꼈고, 여성은 ‘직장이나 학교 내 따돌림 괴롭힘 차별 착취' ‘사회적 참사' ‘스포츠 경기의 편파 판정' ‘소수자 차별' 등 문항에서 울분을 느꼈다.
연구팀이 코로나 상황에서 느끼는 울분 정도를 별도로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이 3.22점으로 나타나 지난 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2차 조사'의 평균 3.05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특히 ‘방역을 방해한 개인이나 집단이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을 때’ ’사회 지도층이 거리두기 원칙을 위배할 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허위 정보 제공 등 정의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 ’정치권이 코로나를 정쟁화 할 때' ‘코로나 관련 사실이 왜곡·편파 보도될 때’ 더 큰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상황 속 가정 내에서 발생한 폭력과 일자리 변화도 울분 정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간 가족이나 동거인에게 신체나 언어의 폭력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30.4%로 나타났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가정폭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집단(2.07점)은 그렇지 않은 집단(1.61점)보다 울분 평균 점수가 높았다. 또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와 임금 수준에 변화가 있는 집단은 변화가 없었던 집단보다 울분 점수가 높았고, 만성적인 울분 집단의 비율 역시 더 높았다.
유 교수는 조사 결과에 대해 “2018년부터 계속된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경고를 실증적으로 확인했고, 저소득층·주택 소유 여부 등 핵심적인 울분 유발 요인 역시 살펴볼 수 있었다”며 “올해 크게 높아진 정치·사회적 울분 사안은 앞으로 사회적 울분을 줄이기 위해 어느 측면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높여야 할지를 엿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