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330

“7년간 굴 파고 조각한 날들… 나를 지킨 시간이었다”

20년전 미술계 떠난 조각가 강대철 전남 장흥에 대규모 조각굴 만들어… 7개 100m 길이, 예수·부처 등 새겨 “몬주익 마라토너像도 새겼지만… 모두 남을 위한 예술이었더라” 강대철씨가 21일 전남 장흥군에 직접 만든 토굴에 앉아 있다. 안쪽으로 반가사유상이 보이고, 벽면에는 나무뿌리를 표현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그는 “근원의 자리를 찾는 명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김영근 기자 전남 장흥군 월암마을 사자산 기슭. 성인이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토굴 입구에 들어서니 지름 30m가량의 대형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아치형 기둥이 돔 모양 천장을 받치고 있고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내부를 밝게 비췄다. 한쪽 벽면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나무 뿌리로 둘러싸인 석관 안에 누..

인물 2022.04.23

“정의는 변한다... 오늘의 옳음이 야만 될 수도

” 하버드대 최고 미래학자와의 대담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8년, 궁극의 질문 ’무엇이 옳은가’는 생존에 시급한 물음 어제 맞아도 오늘 틀려… 옮음이 야만될 수도 인공 자궁, 기증 받은 자궁으로 잉태할 수도 ’사악해지지 말자’ 사훈 삭제한 구글, 유감 옳은 일 하고 싶어하는 건전한 사람들 99% 현 시대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Juan Enriquez). 괴물같은 지성으로 온갖 윤리적 딜레마를 종횡무진한다. 어느 날 당신 책상 앞에 고소장이 날라와 있다. 송신인은 미래 세대다. 후손들이 미래의 법정에 당신을 소환해서 하는 질문은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할머니는 왜 그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서 지금의 나에게 유전병을 물려주었나요?” “할아버지는 왜 지각 있는 동..

인물 2022.04.23

코로나에도 승승장구한 돼지고깃집의 비결은[사장의 맛]

“외식업 시장은 기회의 땅” 신도세기 운영하는 최상구 대표 MZ들은 ‘내 사업’ ‘사장님’을 꿈꿉니다. 창업을 꿈꾸는 MZ, 선배 시대를 위해 조선일보가 선배 창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장이 됐나, 대체 사장은 어떤 맛인가. ‘선배 사장’을 심층 인터뷰해 ‘창업 실전 MBA’를 써드립니다. 분명 시킨 건 돼지고긴데, 생긴 건 양고기고 맛은 소고기다. 근데 왜 연기가 안 나지. 업계가 인정하는 ‘신예’들이 있습니다. 돼지 품종에 집중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신도세기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음식 경험이 깊지 않은 기자로서는 처음 느껴본 고기 맛, 하향식 덕트 덕에 연기가 나지 않는 환경, 고기의 신세계였습니다. 신도세기는 2018년 4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매장을 늘렸습니다. 코로나에 오히려 매출이..

인물 2022.04.19

국방장관도 혼쭐난 軍폭로…'육대전' 운영자 얼굴 드러냈다

지난해 5월 11일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 김주원(28) 씨에게 처음 인터뷰를 제안했다. 육대전에 올라온 제보로 시작된 군 ‘부실급식’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때다. 답은 “안 한다”였다. 그 후로도 틈틈이 연락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육대전' 운영자 김주원(28) 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거절할 만도 했다. 그가 얼굴을 드러내고 나서면 ‘육대전’ 운영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평범한 20대 청년이 ‘육대전’이란 군인들의 제보 페이지를 만들어 60만 군 조직의 치부를 폭로해왔다. 지난해 국방부 장관도 ‘육대전’ 폭로에 고개를 숙였다. 일선 부대에선 ‘육대전’에 제보가 올라올까 지휘관들이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인물 2022.04.15

100세가 넘어도 김형석은 묻는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나는 왜 태어났는가?” 누구나 스스로 물어보는 과제다. 제각기 인생을 살면서도 대답에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일찍 이 물음을 가졌다. 초등학생 때, 늦게 집에 들어서는데,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병신 같은 자식이지만, 생일날 저녁에 조밥을 어떻게 먹이겠느냐?”는 탄식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엄마! 나 괜찮아. 지금 영길네 집에서 ‘오늘이 장손이 생일인데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라’ 고 해서 이팝에 고기도 먹었어. 저녁 안 먹어도 돼”라고 거짓말을 했다. 항상 어머니가 내 꺼져가는 촛불 같은 나약한 건강을 걱정했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이 쉽게 나왔다. 어머니는 “그럼 됐다. 아버지나 드시면 되니까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고 했다. 그날 밤..

인물 2022.04.15

한동훈 “조국 덮었으면 꽃길 갔을것, 사냥개 원하면 날 쓰지 말았어야”

‘적폐 수사’로 승승장구하다 ‘조국 수사’로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 한동훈(48)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밑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적폐 수사’를 총괄했던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이후 작년에만 세 번 좌천됐고 1년 내내 ‘채널A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한 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윤석열 측근’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검·언 유착’ 프레임으로 밀어붙였다가 실패로 끝났다는 게 중론인 채널A 사건 수사도 사실상 윤석열 총장을 겨냥한 걸로 볼 수 있다. 윤 총장은 이 사건 처리에서 한 검사장을 감쌌다는 이유 등으..

인물 2022.04.14

‘파이돈’ ‘AD100’이 선정한 100대 디자이너 양태오

루이비통에서 국립경주박물관까지… 치장·기교 없는 아름다움 추구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지 위에 먹을 뿌려 놓은 듯하다. 따뜻한 원목으로 만든 창살 무늬는 고서(古書)들이 놓인 책장 같다. 중앙에서 옆으로 이동한 돌 질감의 안내데스크는 먹을 가는 벼루. 정원을 향해 놓인 벤치와 시시각각 화면이 바뀌는 기둥은 어느 5성급 호텔 로비를 떠올리게 한다. 기둥 화면 속 글자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2014년 문을 연 후 8년 만인 지난 1월 재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다. 이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 사람은 양태오(41) 태오양 스튜디오 대표. 그는 2019년 국립경주박물관 재개관 리모델링에 이어 두 번째 박물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스타들의 신혼집 인테리어로..

인물 2022.04.10

37개 언어 구사하는 청소노동자...MIT가 알아낸 '뇌의 비밀'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한 언어 천재 카페트 청소부, 본 스미스. WP는 헤드라인의 '언어(languages)'를 그가 구사하는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GIF(움짤) 처리했다. 캡처된 이미지는 중국어. [the Washington Post] 외국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한국인만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진 않는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제시카 콘트레라 기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본 스미스(46)를 찾아가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스미스의 직업은 평범한 청소노동자다. 카펫 얼룩 제거가 전문이다. 그런데 왜? 스미스가 무려 37개의 외국어를 구사해서다. 이중 스페인어를 포함한 10개의 외국어는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고, 14개의 외국어는 유창하지는 않으나 긴..

인물 2022.04.08

수학을 풀다가 분필에 빠져들었다… ‘분필계의 롤스로이스’ 아시나요

8개 나라에 수출 ‘하고로모’ 분필 포천 공장서 만드는 신형석 대표 지난달 15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에 있는 한 공장에서 ‘탁탁탁’ 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공장 한구석에 놓여 있는 기계에서 지름 1.1㎝, 길이 7.5㎝ 크기의 분필이 쉼 없이 찍혀 나왔다. 이 공장에서 하루 동안 생산된 분필은 8만여 개. 이들은 국내 문구점뿐 아니라 미국·중국·유럽·필리핀 등 8개 나라에 수출된다. 화이트보드와 전자칠판이 교실을 점령한 시대에도 초록색 칠판과 흰색 분필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학자들이 대표적이다. 그런 수학자들에게 ‘분필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제품이 이곳 포천 공장에서 생산되는 ‘하고로모’다. 50년 가까이 풀리지 않았던 난제 ‘리드 추측’ 등을 풀어 천재 수학자로 불리..

인물 2022.04.02

“우크라 전쟁 오래 안 갈듯…푸틴 치명타 입을 수도”

세계적 전쟁 권위자 로런스 프리드먼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섰다. 뜻밖이다. 우크라이나가 잘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고전하고 있다. 양쪽의 평화협상도 진행 중이다. 타결되는 듯했으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장기전으로 가는 것일까? 최후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전쟁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까? 요즘 비즈니스 리더와 투자자 등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경제 전문가나 투자 고수 등이 속 시원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전쟁은 팬데믹처럼 경제 외적인 변수(exogenous variable)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쟁·전략 전문가인 로런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석좌 교수를 줌(Zoom)으로 인터뷰한 이유다. 프리드먼 교수는 『전쟁의 미래』와 『전략의 역..

인물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