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315

삶 자체가 현대사, 103세 김형석 교수가 찾아낸 ‘한국의 정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1일 오후 강원도 양구 근현대사박물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기증한 백자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김형석 교수님 뵙고 나니 요즘 그분 건강이 어떤 것 같더냐”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선일보의 새 기획 시리즈 ‘나의 현대사 보물’ 2회에 등장한 그를 제가 인터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활기 넘치십니다. 어쩌면 우리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요.” 김태길·안병욱 선생과 함께 한국의 1세대 철학자로 꼽히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으로 올해 만 103세입니다. 강원도 양구로 가서 그를 인터뷰하면서 절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100세 넘은 철학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역사, 현대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

인물 2023.05.05

최저임금 없는 스웨덴, 비정규직 많은 네덜란드가 우리보다 행복한 이유

‘경제학 레시피’ 펴낸 장하준 장하준 교수는 비유와 예시의 달인이었다. “경제 문맹 퇴치를 위해 이번엔 음식을 차용했다”는 그의 신간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태경 기자 “메뚜기도 한철이라…(웃음).” 말은 싱겁게 했지만, 장하준(60)은 책 홍보에 진심이었다. 10년 만에 낸 새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Edible Economics)’를 들고 런던에서 날아온 그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독자와 만났다. 마늘, 고추, 멸치 등 식재료를 차용했을 뿐, 이전 저술과 논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책을 낸 것에 대해 장하준은 “경제 문맹 퇴치”를 위해서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부친 장재식 일화가 흥미롭다. ◇문재인 ‘소주성’ 평가하고 싶지 않다 -지난해 6월 케임브리지..

인물 2023.05.01

김밥왕이 될 여자, 김밥집(@gimbapzip) [브랜더쿠]

‘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여기, 김밥왕을 꿈꾸는 여자가 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먹은 김밥 1만 줄이 그의 무기. 하루 5끼를 김밥으로 꽉꽉 채워 먹을 정도로 진심이다. 맛있는 것은 널리 알려야 제맛! SNS 계정 ‘김밥집(@gimbapzip)’을 만들어 김밥 맛집을 엄선해 올린다. 어느새 9만 6000여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김밥 덕후들을 모아 커뮤니티 ‘김밥순례’도 운영하고 있다. 내달 중 엄선한 김밥 맛집 136곳을 소개하는 책도 출간할 예정이..

인물 2023.04.28

‘도를 아십니까’ 따라가봤다…진용진 머릿속을 알려드림

흰 와이셔츠에 파란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변변한 세트도 없이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간다.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영상이지만, 100만 조회 수를 가볍게 넘긴다. 700만 번 넘게 재생된 영상도 적지 않다. 비결은 뭘까. 일단 소재가 기발하다.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을 따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부자도 요거트 뚜껑을 핥아 먹을까. 목욕탕은 수도세가 얼마나 나올까. 추진력도 범상치 않다. 국회의원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 직접 국회의사당에 찾아가 의원과 하루를 보내고, 불법 유흥주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해 면접을 보기도 한다. 2019년 2월 크리에이터 진용진(31)은 이렇게 콘텐트 시장에 첫발을 뗐다. 그리고 4년. 첫 콘텐트 ‘그것을 알려드..

인물 2023.04.28

머스크가 만든 ‘지구 구하기’ 경쟁에 뛰어든 70대 물리학자

기후변화 해결사로 나선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가 연구실에서 화학 분자 모형을 들고 있다. 요즘 그의 최대 과제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포집할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 그는 “시간이 아까워 연구실에서 가까운 이발소에만 가다 보니 수십 년째 70년대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명이 꺼진 어둑한 복도에서도 물리학자 임지순(72)의 연구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 헝클어진 머리의 아인슈타인 사진이 담긴 높이 1m의 대형 액자가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보였다. 화학식과 수학 계산이 휘갈겨진 칠판, 논문 서류·전공 서적 더미가 쌓인 책상 사이로 1970년대 장발 스타일의 임지순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잠깐..

인물 2023.04.22

발이 닮았나… 스노보드 타는 ‘17세 손흥민’

스노보드 세계선수권 첫 우승, 한국 雪上종목 새 역사 쓴 이채운 /이태경 기자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채운(17·수리고)은 외모가 축구 스타 손흥민과 닮았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보드 타는 손흥민’으로 통한다. 외모뿐이면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을 갖췄다. 지난달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가 높은 세계선수권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해 한국 남녀 스키·스노보드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역사상 남자부 최연소 우승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한국 설상(雪上) 종목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챔피언이지만 아직은 고교생. 휴대전화는 힙합과 랩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쉬는 날엔 친구들과 공을 찬다. 손흥민 처럼 축구를 할 땐 공격수를 맡는다. 그는 “예전에 머리를 (..

인물 2023.04.18

누워서 인사하는 7급 高卒 공무원에 장차관·도지사가 줄 선다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 충북 충주시청에서 ‘충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7급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이 30만 구독자 돌파 기념으로 누워서 인사했던 파격적인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두 아이 아빠이기도 한 김 주무관은 "교통과 의료만 확보되면 지방 소멸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신현종 기자 서른여섯 살 김선태씨는 선출직을 제외하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이다. 장차관 도지사가 이 7급 공무원이 제작하는 충주시청 유튜브 ‘충TV’에 나오려고 앞다퉈 줄을 선다. 충TV는 지자체 유튜브 최초로 지난달 구독자 30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30만 돌파 감사 인사를 책상에 두 발을 올린 뒤 ‘누워서’ 했다. “30만이면 납득 가능한 자세” “미친 센스” “멋져, 늘공이 아냐” 등 2000개 댓글이 ..

인물 2023.04.18

피투성이로 두만강 넘었던 소년, 36세에 미국 박사가 되다

[주성하의 북에서 온 이웃] 김성렬 씨가 2019년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열린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주최 행사에 참가한 모습. 김성렬 씨의 10대 시절은 배고픔과 탈북, 북송, 노동의 반복이었다. 20살 되던 2005년 한국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그의 학력은 북한에서 중학교 1학년 중퇴로 검정고시 기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었다. 한글도 새롭게 배워야 했고, 영어는 ABCD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랬던 그는 16년 뒤 미국에서 사회과학계열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최초의 탈북민이 됐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은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은 행정학 및 공공정치학 분야에서 미국 랭킹 1위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맥스웰스쿨 박사 출신이다. 소년공 출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동문 박사가 되기까지 북..

인물 2023.04.16

이인규 “盧 돕지 않던 문재인·좌파 언론… 서거 후 喪主 코스프레”

[김윤덕이 만난 사람]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통해 ‘노무현 사건’ 수사 내용 공개한 이인규 前 대검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서울 종로구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기자 “지금이 이재명 정권이었어도 책을 출간했겠느냐”고 묻자,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미간이 살짝 패었다. “물론입니다. 팩트잖아요. 이걸로 제가 시달릴 수는 있어도 저를 십자가에 매달 순 없습니다. 출간하지 않을 거면 제가 왜 5년 동안 이 책을 썼겠습니까.” 이인규(65)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지난달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조갑제닷컴)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란 부제가 암시하듯,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관련자들..

인물 2023.04.10

제철 음식에 담긴 제철 마음, 밥 짓는 농부 과학자 이동현

[양세욱의 호모 코쿠엔스] 전남 곡성 ‘미실란’ 호모 코쿠엔스(Homo coquens)는 요리하는 인간입니다. 요리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무이합니다. 2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해 요리한 음식을 다른 종과 나눠 먹으면서 인간의 몸과 영혼에는 대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불로 요리하기’가 호모속(屬)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주장하는 ‘요리 가설’ 을 지지하는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요리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아름다운 이들을 만나 음식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봄꽃은 서론이 없다. 피는 봄꽃이 경이로운 까닭도 지는 봄꽃이 시름겨운 까닭도 서론이 없기 때문일 터이다. 밥 짓는 농부과학자 이동현의 미실란이 자리 잡은 곳은 서론도 없이 피고 지고 또 피는 봄꽃이 지천인 ..

인물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