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314

하우스보이를 목사로 키워준 ‘부모 같은 미군’… 그의 마지막 함께한 성조기

[대한민국 75년 기획] [나의 현대사 보물] [7] 김장환 목사 서울 상수동 극동방송 사옥에서 진행된 김장환 목사와 본지와의 인터뷰. 김장환 목사가 자신을 아무 조건 없이 미국 유학 보내준 칼 파워스 상사의 관을 덮었던 성조기를 가슴에 안고 있다. 뒤에 보이는 사진은 미국 유학 시절 파워스 상사와 함께 촬영한 모습. 김 목사는 상주처럼 파워스 상사의 장례를 치러드렸고, 그의 관을 감쌌던 성조기를 간직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올해는 대한민국 수립 75주년이다. 이 기간 신생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을 이룩했다. 그 치열했던 시간을 담은 현대사의 보물(寶物)을 발굴한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에도 개인의 기억과 현대사의 한 장면이 깃들어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

인물 2023.05.30

사찰 음식에 빠진 프랑스 요리 장인 “채식 발효는 세계적 화두”

‘르 코르동 블루’ 파리 본교 에릭 브리파 학과장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프랑스 국가 공인 장인에게 수여되는 ‘MOF’ 메달을 목에 건 에릭 브리파 셰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렇게 생긴 버섯은 처음 봐요. 프랑스 세페 버섯과 비슷한 풍미가 나네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은평구 진관사. 세계 3대 요리 명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의 에릭 브리파 셰프(학과장)는 대웅전 건너편 채마밭에서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과 표고버섯을 따고 있었다. 그의 바구니가 어느새 표고 향으로 가득 찼다. 조리실이 마련된 보문원으로 가던 그의 발길이 맷돌 앞에서 잠시 멈췄다. “이걸로 두부를 만든다고요?” 동그래진 그의 눈을 본 계호 스님은 불려놓은 콩을 맷돌에 넣고 돌렸다. 뽀얀 콩물이 스며..

인물 2023.05.28

진중권 “이쪽도 씹고 저쪽도 씹고 고독했다, 그래도 생계형 찬양은 안해”

‘모두까기’ 논객 진중권, 환갑에 돌아보는 25년 서울 마포구 자택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진중권. 4년 전 이 넓은 테라스가 마음에 들어 17평짜리 빌라를 매입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남자는 독설가다. 좌든 우든 인정사정없다. 한때 친구였던 조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까웠기 때문에 더 신랄했다. 진중권(60)은 “내 생각을 부정하면서까지 누구 편을 든다면 살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원칙을 지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중권은 1998년 우연한 계기로 논객의 길을 걷게 됐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극우세력뿐 아니라 주사파도 벌레 보듯 했다. 거침이 없었고, 모두가 그를 미워했다. 그렇게 논객이란 이름으로 25년을 산 진중권을 지난 10일 서울 홍대 근처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매사에 후회한다”..

인물 2023.05.27

소고기 120부위로 자르는 장인… 그는 日 3대째 푸주한

누마모토 노리아키, 서울서 첫 시연 지난 21일 서울 신사동 도산회관에서 누마모토 푸주한이 설도 부위를 정형하고 있다. /도산회관 소금쟁이가 물 위를 유영하는 듯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우 전문점 도산회관에서 18.6㎏짜리 한우 설도(泄道) 부위를 손질하는 누마모토 노리아키(46) 푸주한의 칼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근육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누마모토가 선홍빛 고기에 몸을 밀착한 다음 칼끝으로 가만히 고기를 가르자, 얇은 근막(근육의 겉면을 싸고 있는 막)이 나왔다. 그는 이를 살짝 밀듯이 벗겨냈다. 이렇게 손질한 고기에선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이 부위의 명칭은 ‘마루신’. 정확하게 대칭되는 한국 소고기 부위는 없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마모토는 대개 4..

인물 2023.05.23

“그때 왜 나라 뺏겼는지 처절히 돌아봐야”

27일 ‘부처님 오신 날’ 앞두고 첫 대담집 펴낸 宗正 성파 스님 2023년 5월 11일 경남 양산 하북면 통도사 서운암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이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성파스님은 "지나간 건 제로, 지금이 시작이다"라고 하셨다. 지난 11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서운암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건강은 어떠시냐고 묻자 "진찰상 병명은 안 나와요" 하며 웃었다. 성파 스님 뒤로 옻칠에 돌가루를 뿌려 그린 금강산도가 보인다. /김동환 기자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壁隙風動),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해요(心隙魔侵). 틈이 무엇인고 하니 분열이라.”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한국 사회에 죽..

인물 2023.05.22

국내 산줄기 1만3,000km 최연소 완주, 등산화는 3만원

현재위치 [산지컬100 -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하루에 수십km 걷는 장거리 산행 고수 김점석씨 “욕심으로 걷지 않고, 호기심으로 걸어야 끝까지 간다” 등산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산림청의 ‘2022년도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등산 소요시간이 2시간 이내라는 응답은 2008년 22%에서 2022년 38%로 늘어난 반면, 동기간 5시간 이상 산행하는 비율은 36%에서 21%로 떨어졌다고 한다. 트렌드의 변화가 확실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새벽 어스름에 출발해 한나절, 혹은 그 이상을 쏟아부어가며 집요하게 산을 오르는 이들이다. 이러한 산행 방식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태도와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인물 2023.05.17

집안일 안해도 이건 꼭 했다 세 딸 하버드 보낸 "母 의 비밀"

사교육 한 번 안하고…30년 차 전업주부 엄마의 3가지 원칙 잘하려면 오래 해야 합니다. 오래 하려면 재미있어야 하고요. 공부도, 일도 마찬가지예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야 해요. 미국에서 세 딸을 모두 하버드에 보낸 엄마로 이름을 알린 심활경(56) 작가. 아이들을 잘 키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을 내놨다.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똘똘하게 타고 난 아이 엄마의 한가한 조언으로 들린다고 반박하자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즐겁게 하는 게 쉬울 것 같죠? 아이한테 즐겁게 하는 법을 알려주려면 양육자부터 즐겁게 해야 해요. 지금 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나요?” 『나는 이렇게 세 아이를 하버드에 보냈다』 심활경 작가의 세 딸. 심 작가는 세 아이를 모두..

인물 2023.05.13

미군 기지 앞 아홉 살 전쟁고아, 주한미군의 30년 스승 되다

주한 미군에게 한국어 강의 메릴랜드大 이청자 선생 31년째 미군기지 출근 제자 1000여명 배출해 지난달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교육동 강의실에서 한국어 수업 도중 이청자씨가 환히 웃고 있다. 양옆으로 앞줄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주한미군 학생들의 팔이 보인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영어로 give and take, 한국어로는 주고받기. 서로 번갈아 가진 것을 내어주는 오랜 미풍양속. 이청자(82)씨는 30년 넘게 주한미군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부모 없이 거리에 나앉은 아홉 살 꼬마에게 내밀어 준 손길”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 장병에게 구조돼 영어를 익힌 이씨는 “페이백(pay back)하는 심정으로” 1992년부터 ‘캠프 롱’ ‘캠프 페이지’ ‘캠프 이글’ 등 전국의 미..

인물 2023.05.13

장훈 “내 조국이니 말할수 있다...사과하라, 돈내라 언제까지 할건가”

히로시마 생존 피폭자인 ‘일본 야구의 전설’ 장훈 인터뷰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재일동포 전직 프로야구 선수./마이니치신문 제공 “무더운 여름 날씨였던 1945년 8월 6일, 당시 다섯 살이었던 저는 친구들과 밖에 놀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번쩍, 쿵’ 했습니다. 정신을 되찾았을 땐 어머니가 저를 꽉 껴안고 있었습니다. 유리 파편에 찔린 어머니의 치마저고리는 피로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10일 재일 동포 2세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83)은 히로시마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여러 차례 울먹였다. 여든이 넘어서도 78년 전 기억이 생생한 듯했다. 그는 “그날 피란해서 마을의 밭에 갔는데 심한 화상에 살이 탄 사람들 천지였다. 심한 냄새를 기억한다”고 ..

인물 2023.05.12

삶 자체가 현대사, 103세 김형석 교수가 찾아낸 ‘한국의 정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1일 오후 강원도 양구 근현대사박물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기증한 백자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김형석 교수님 뵙고 나니 요즘 그분 건강이 어떤 것 같더냐”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선일보의 새 기획 시리즈 ‘나의 현대사 보물’ 2회에 등장한 그를 제가 인터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활기 넘치십니다. 어쩌면 우리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요.” 김태길·안병욱 선생과 함께 한국의 1세대 철학자로 꼽히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생으로 올해 만 103세입니다. 강원도 양구로 가서 그를 인터뷰하면서 절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100세 넘은 철학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역사, 현대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

인물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