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2년, 직원 넷, 만든 책 4권… 그 중 '서울 떠난 사람들'은 통영 온 내 이야기 담겨 있죠나도 한땐 '워커홀릭·까도녀', 내려오니 적게 쓰는데도 행복… 교육? 여기도 수능만점 나와요
―우선 소감부터.
"악조건인데 지역에서 노력하는 것 같으니 100점 줄 걸 110점 주신 거겠지. 선정작 '가업을…'은 우리 출판사의 첫 기획이었다. 쉽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가업 잇는 청년들 찾기가, 또 그 청년들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고, 제작비도 떨어졌고(웃음)…. 그 친구들 인터뷰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감동받았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까칠한 도시 여성'이자, 한 달 전 자신의 출판사에서 펴낸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의 저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에는 3년 전 통영으로 내려온 이유가 적혀 있다. 대학 졸업 전 취직, 잡지기자·광고회사 기획자·창업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의 시절, 클라이언트 인터뷰 도중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했다.
―결국 건강 때문에 탈(脫)서울?
"물론 건강이 안 좋다고 다 내려오지는 않는다. 죽을 병은 아니었으니까. (옆에서 남편이 '다들 죽을 병인 줄 알았다'고 덧붙인다.) 끼니를 잘 안 챙기다 방전된 거다. 한동안 쉬면서 출산한 산모처럼 하루 예닐곱 끼를 먹었다. 그리고 회사에 복귀했는데, 다시 쓰러졌다. 서울에서는 회복이 안 되더라. 통영행은 남편(건축가) 생각이었다. 첫눈에 반했다. 아름답고 근사했다."
―자칫 서울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변명이 되지는 않을까.
"완전히 틀린 얘긴 아니다. '부도 내고 망해서 왔을 거야.' 돌아 돌아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남편이 또 '실제로 망한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다'고 했다. 정 대표가 밉지 않게 눈을 흘긴다.) 옛날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다. 트렌드가 바뀌는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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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대표는“돈 벌려고 내려오면 후회하고, 삶을 좀 바꾸려고 내려오면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했다. 564개 출판사를 제치고‘대상’을 받게 된 비결이다. /통영=남강호 기자
"서울에선 다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삶이 망가진다면서도, 학원을 포기하지 못한다. 비교가 되니까. 하지만 여기는 비교적 아이들을 풀어놓고 키운다. 입시? 서울만큼은 아니겠지만, 여기도 열심히 한다. 3년 전에는 여기 치킨집 딸이 학원 한번 안 보내고 수능 만점을 받았다(2010년 충렬여고 임수현)."
―출판사는 흑자인가.
"작년에는 완전 적자였고, 올해는 연말이면 대략 '똔똔'이 될 것 같다. 작년에는 2권밖에 못 냈지만, 올해는 8권이나 낸다. 대략 직원 1인당 3권꼴이다. 주말에는 일 안 하고, 야근도 없다. 12월 20일부터는 20일간 회사 문을 닫는다. 바쁘지 말자고 내려왔는데, 바쁘게 살면 안 되지(웃음)."
―그래도 수지가 맞나.
"물론 안 맞아서, 지역 프로젝트도 함께 한다. 일종의 로컬 스토리텔링인데, 우리가 디자인·콘셉트 일체를 책임진 통영거북선호텔은 주말에는 방 구하기가 힘든 인기 호텔이 됐다. 얼마 전에는 동네 문방구를 분식집으로 바꾸는 일을 도왔다. 물컵부터 간판까지 브랜드도 통일시키고 공간 스토리텔링으로 근사한 벽화도 완성시켰다. 동네 명소가 됐다."
―너무 이상적으로만 들리지 않을까.
"전제가 있다. 적게 먹고 적게 쓰기. 서울에서는 나도 쇼핑을 좋아했고, 가끔 호텔 스파도 했다. 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오면 일단 백화점이 없다. 가고 싶지도 않다. 볼 게 너무 많으니까. 저절로 습관이 바뀐다. 단 하나, 큰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이 민박 하는 곳에다 펜션 짓겠다고 하면 안 된다. 삶의 방향을 바꾸고 소박한 삶을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자기만의 소신'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통영에서 정 대표와 함께한 3시간 동안 서울과 통영의 삶을 번갈아 떠올렸다. '환경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통영 강구항의 제철 갈치가 싱싱했다
어수웅 기자 조선 : 201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