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음성 성(性)전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2년 가톨릭대 의대 교수(이비인후과)로 재직할 때부터다.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을 복용한 여성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목소리가 굵은 베이스로 바뀐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음성 성전환(남성화) 수술법을 완성하기 위해 개 300여 마리를 희생시켰다. 개의 성대가 사람과 가장 비슷해서다. 미안함을 느껴서인지 지금도 보신탕은 먹지 않는다.
‘국내 1호 목소리 의사’인 김 원장은 음성 여성화 수술과 후두유두종 치료 분야의 권위자다. 해마다 4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의 환자가 목소리를 찾기 위해 그를 찾는다. 그는 지난달 중국에 합작 병원을 설립했다. 중국의 첫 음성 질환 전문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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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트랜스젠더는 1400명가량이다. 이들은 남성 상징을 제거하는 등 힘든 외과적 수술을 감당해낸다. 대개 유방확대술·질형성술·얼굴성형술을 거친 뒤 맨 마지막으로 음성 여성화 수술을 받는다. 이들의 외모만 보면 성전환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지만 저음의 음성을 숨기기 힘들어 직장·사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트랜스젠더들은 대개 가성을 사용, 여성 음성에 가까운 180~190㎐까지 내고 있다. 그러나 물건을 사거나 술·담배를 피워 긴장이 풀어지면 무심코 남성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음성 성전환 수술의 기본 원리는.
“긴 현의 악기(남성 성대)를 가늘고 짧게(여성 성대) 바꿔주면 된다. 기타 칠 때 고음을 내기 위해 커프를 끼우는 것과 같다.”
-음성 성전환 수술의 효과는.
“음성 성전환(여성화) 수술은 트랜스젠더만을 위한 수술이 아니다. 남성음 장애·부신성기증후군이 있거나 재생불량성 빈혈 치료 부작용으로 베이스의 저음을 갖게 된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남성의 평균 주파수(음역)는 100∼150㎐, 여성은 200∼250㎐다. 음성 여성화 수술 전 환자들의 평균 음성 주파수는 129㎐였는데 수술 후 평균 78.3㎐가 올랐다. 지금까지 (자신이) 300여명에게 여성 음성화 수술을 했다.”
-음성은 왜 쉬나.
“목소리가 쉬거나 잠기는 것은 성대가 붓거나(부종) 성대 주변에 굳은 살(결절)이 생겨 성대의 진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음성은 목의 양쪽에 있는 1.5~2.5㎝의 성대가 접촉·진동할 때 나온다. 오래 걸으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거나 물집이 잡히는 것처럼 성대도 휴식 없이 과도하게 일하면 붓거나 굳은살이 생긴다.”
-성대 이상의 바른 대처법은.
“성대가 붓는 등 이상이 느껴지면 최대한 말을 적게 해 목에 휴식을 줘야 한다. 성대결절이 생겼더라도 2주가량 쉬면 자연 치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함 지르는 것을 피하고 습관적인 헛기침·가래도 삼가야 한다. 성대가 늘 축축한 상태인 것도 성대 보호에 유익하다. 겨울엔 가습기·빨래 등으로 실내 습도를 적당히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목이 쉰 데 계란 노른자가 좋나.
“목이 잠긴 데 ‘계란 노른자가 좋다’는 속설은 의학적으론 확인되지 않았다. 전통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은 권할 만하지만 너무 달면 안 된다. 당도가 높으면 성대 주변의 수분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과일은 당도가 높고 차가우므로 성대 건강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커피·콜라·사이다·초콜릿·팝콘·치즈·땅콩·후추 등은 목 안을 마르게 하므로 되도록 피한다. 술은 성대를 붓게 하거나 염증을 유발한다.”
-성대 부종을 가라앉히는 식품은.
“호박을 권하고 싶다. 호박은 이뇨 효과가 있어 예부터 출산한 산모들이 부기 제거를 위해 먹었다. 여성은 프로게스테론(여성호르몬의 일종)이 많이 분비될 때 자궁이 부으면서 성대도 함께 부어 목소리가 쉬거나 거칠어진다. 생리 1주일 전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늘어 음성이 변했을 때 호박 요리를 먹으면 몸의 전반적인 부기는 물론 성대의 부기도 뺄 수 있다.”
-목소리 문제로 숨질 수 있나.
“저개발국에선 아이들이 후두유두종(목에 생기는 종양) 치료를 받지 못해 음성은 물론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 후두유두종은 생활환경이나 위생 상태가 나쁜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목에 염증이 생기고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2011년부터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러시아 등을 직접 찾아가 수술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입력 2014.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