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

해암도 2014. 1. 5. 08:28

환자 안색·걸음걸이까지 살피며 증세 판단



 

중앙SUNDAY와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선정하는 ‘베스트 닥터’의 대장질환 내과진료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김주성(50)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중앙SUNDAY와 코메디닷컴이 지난해 말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외과 교수 47명에게 “가족이 아프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한 점수와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서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양석균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김원호 교수(설문 당시 청와대 의무실장)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진료실 문이 열리더니 핼쑥한 여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들어왔다. 딸은 1년 반 동안 늘 메슥거리고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토하는 증세로 고생했다. 전국의 병원, 용하다는 곳을 찾아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에는 정신과 진단까지 받고 약까지 처방받았지만 증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모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혹시…” 하는 생각을 갖고 지금껏 각종 병원에서 받았던 진료 자료들을 훑었다. “역시”였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었다. 증세가 가슴 위쪽에 집중돼 의사들이 하부 소화관을 그냥 넘긴 것이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었다. 약을 처방받은 여학생은 지긋지긋한 구역질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치료 때 의사가 환자의 처지에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들어올 때 얼굴, 걸음걸이부터 살펴 증세가 얼마나 깊은지 판단한다. “염증성 장질환에 걸린 10대 환자는 심신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환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려야 치유가 가능합니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기에 발병해서 대장암까지 생긴 20대 환자가 병원에 왔는데 끝까지 치료를 거부해서 난감했습니다. 눈물로 호소해서 수술 받게 했지요. 그러나 이후 병원에 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김 교수는 영상의학과 김세형, 외과 박규주 교수 등과 늘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환자에 대해 의논한다.

그는 대학 때부터 한방을 공부했다. 학술동아리 ‘동의학연구회’에서 의대 선후배, 간호대생과 함께 본초학, 동양철학, 역사, 주역 등을 공부했으며 현재 동의학연구회의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한의학과 민간요법도 참고해 대장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각국에서 소화기 치료에 쓰는 천연물질들을 훑었다. 그는 인도에서 예부터 민간요법에 쓰이던 나무, 구굴에서 추출한 ‘구굴스테론’을 원료로 GG-52라는 약물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GG-52가 염증성 장질환, 알코올성 위염 등을 누그러뜨린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밝혀내 ‘미국생리학회지(AJP),’ ‘실험실연구(Laboratory Investigation)’ 등의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국제특허도 땄다. 이 약은 최근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독성실험에서 최대한 약물을 투여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김 교수는 다른 병의 약에도 정통해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많이 쓰이는 스타틴 제제가 대장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8년 ‘세계암학회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종로구 연건동 본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강남센터의 막대한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요즘 화두인 ‘빅 데이터 연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

2011년에는 대장내시경에서 살버섯(용종)이 발견됐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에 대한 지침을 ‘대장(Gut)’지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설사, 변비, 복통 등 장 증상이 없는 사람은 대장내시경에서 암이 발견될 확률이 낮고, 암이 발견돼도 초기일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내시경으로 절제 가능한 암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유력 학회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로 발령을 받은 후 빅 데이터를 바탕 삼은 연구뿐 아니라 ▶생체착용 기기(Wearable Device)를 통한 건강관리 ▶생활습관(금연ㆍ절주ㆍ운동) 관리를 통한 예방임상시험 등 맞춤형 건강관리 ▶유전자 검사를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와 같은 최신 의학 연구도 시작했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중앙 201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