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 꿈의 화폐로 볼 수 있나

해암도 2013. 12. 14. 06:57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경제계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최근 정부가 “현행법상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새로운 산업의 출현인 만큼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새로 열린 금융 네트워크 … 적극 참여해야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다. 가파르게 치솟은 가치 상승 그래프를 타고 장밋빛 전망으로 달아올랐다가도 이내 암울한 비관론이 득세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서로 포개지고 교차하며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냐 아니냐의 프레임을 그려 내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글로벌 전자금융 네트워크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비자나 페이팔 같은 기존의 전자금융 네트워크와 다른 점은 특정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소유가 아니고, 중앙집중적이지 않으며, 달러나 유로가 아닌 비트코인(BTC)이라는 독립적인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트코인의 특질은 역사상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금융 네트워크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지급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이유다.

 비트코인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수준의 금융혁신을 촉발할 플랫폼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유력 벤처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금융의 새로운 프로토콜 내지는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며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혁명을 이끈 플랫폼인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게 금융에도 등장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을 기존 화폐의 대안 화폐로만 인식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 만지는 식의 오류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기존 법정 화폐는 근대국가의 성립과 함께 법률적·강제적으로 보편화됐다. 그 화폐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고, 인구 변화나 경제 성장 추이 등 거시적 요인에 의해서만 변동해 왔다. 반면 화폐적 정체성만 놓고 보자면 비트코인은 역사상 처음 등장한, 진화하고 성장하는 글로벌 화폐다. 전혀 다른 종적 기원을 가진 두 대상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올바른 접근일까.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에게 왜 기린 새끼처럼 바로 뛰지 못하느냐고 비교하는 건 비과학적인 태도 아닐까.

 역사상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금융거래를 전 지구적으로 가능케 하는 이 혁신적 금융 네트워크를 이용하려면 비트코인이라는 독자적인 화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화폐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희소가치를 지닌다. 혹독한 검증을 거치며 복제·위조 등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거의 해소됐다. 네트워크 참여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몇 달 전엔 거의 없다시피 했던 중국 시장이 새로 편입됐고, 한국만 해도 석 달여 만에 몇만 명이 참여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 많은 벤처기업이 두둑한 투자금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금융 서비스들을 만들어 내며 생태계는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 급등의 이면에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중첩돼 있는 게 아닐까. 그 가치가 버블이냐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관심거리는 될 수 있겠지만 생산적인 논의의 기반을 마련해 주지는 못한다. 비트코인의 환산가치는 비트코인이 촉발하고 있는 지구적 금융혁신이라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융혁신의 실험에서 한국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갈 것인가. 정보기술(IT)과 한류 콘텐트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 기회를 활용할 것인가. 지금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

신뢰·안정성 취약해 버블 가능성 크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올해 초 20달러 정도에 머물렀던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1200달러대로 수직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 발행 초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8000~90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는 외신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작금의 현상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이 마치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꿈의 거래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화폐가 가져야 할 신뢰와 안정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주류 화폐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화폐를 거래수단으로 믿고 사용하는 이유는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교환가치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금본위제를 이미 폐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다고만 알려졌을 뿐, 그 발행 실체가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고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그야말로 ‘가상 화폐’일 뿐이다.

 이처럼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기존 화폐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적절히 조절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그런 통제장치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순전히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비트코인의 가격이 거래 당사자의 투자심리와 외부 요인에 의해 하루 새 20~30%씩 급변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화폐의 가치가 이처럼 불안정하다면 아무도 그 화폐에 신뢰를 두고 거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 2100만 코인만 채굴되도록 프로그램화돼 있기 때문에 통화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시장 환경에서는 당연히 디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이러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기대심리와 투기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대심리에 따른 가격 급등은 곧 버블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이미 17세기 ‘튤립 투기’와 20세기 말 ‘닷컴버블’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이를 목격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비트코인은 ‘규제’와 ‘보안’이라는 측면에서도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부 결제수단으로 사용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사용이 확대되면 될수록 정부 당국의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비트코인 거래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정책 당국이 지난 5일 공식적인 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을 불법적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큰 거래수단으로 간주해 감독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트코인은 해킹의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호주·미국·중국 등 전 세계 주요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들이 해커들에게 비트코인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보안이 강화된 기업 사이트마저 해커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마당에 개인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란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비트코인=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코인(coin)의 합성어. 동전이나 지폐처럼 실생활에서 쓰이는 게 아니라 온라인 거래에서 쓰이는 화폐다. 수만 개의 인터넷 상점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일부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사용되며 환전소도 생겨나고 있다.

                                                                               중앙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