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itcoin)은 시장에서 통용될 수도 없고 통용돼서도 안 된다.”
5일 중국 인민은행이 홈페이지에 올린 ‘비트코인 위험 방지 통지문’의 한 대목이다. 금융회사들의 비트코인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 통지문이 올라오자 비트코인 값은 폭락했다. 지난달 29일 도쿄 마운트콕스 거래소에서 1242달러까지 치솟던 비트코인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까지 비트코인 서비스를 중단하자 8일엔 653달러까지 하락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 열풍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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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 들어 80배 이상 폭등하면서 중국·프랑스·네덜란드 금융 당국이 잇따라 ‘비트코인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몰고 온 가상화폐 신드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5일 NBC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자동차 판매상은 전기차 테슬라 신모델 ‘S’의 대금 8만7400달러(약 9240만원)를 91.4비트코인으로 받았다.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매매한 첫 사례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자 ‘제2의 비트코인’을 노린 ‘아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열풍 이후 시중에 80개 넘는 가상통화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원리는 비트코인과 비슷하다. 직접 채굴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 매매도 가능하다. 참여자들이 급증하며 채굴이 어려워진 비트코인과는 달리 채굴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암호를 맞힐 경우 같은 시간 동안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8배를 채굴할 수 있다.
‘피어코인(Peercoin)’은 ‘동메달’쯤 되는 존재다. 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 개발자(서니 킹)가 비트코인에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다른 코인과는 다르게 암호 해독에 따른 채굴량이 한정돼 있지 않다. 대신 컴퓨터 에너지 효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피어코인을 채굴하는 ‘친환경 통화’ 시스템이다. 현재 1피어코인의 주요 거래소 3곳 평균치는 3.17달러다. 올 10~11월만 해도 ‘그리드코인(Gridcoin)’ ‘파이어플라이코인(Fireflycoin)’ ‘제우스코인(Zeuscoin)’ 등 신생 통화들이 개발됐다. 원리는 대부분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채굴 시스템이나 속도에 약간의 차이를 둬 가치를 결정한다.
가상통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의 시세를 공시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외국 사이트들은 성업 중이다. ‘비티씨이닷컴(BTC-e.com)’의 경우 실제 화폐 없이 가상통화끼리 거래도 가능하다. 가상통화 거래소인 크립스티의 폴 베몬 대표는 “우리 사이트를 통해 하루 평균 3만3000개의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가상통화의 난립이 서로의 가치를 떨어뜨려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비트코인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가상통화의 등장은 각 통화의 향후 가치와 안정성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열풍이 거세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상통화의 특성인 익명성 때문에 자금세탁·금융범죄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각국 금융 당국을 민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비트코인 현상을 17세기 ‘튤립 버블’에 비유하기도 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 귀족 사이에서 튤립 구근을 두고 벌어진 세계 최초의 투기사건이다. 5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에는 높은 세금, 자본 규제, 재산 몰수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돼 투기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은 15달러로 은 시세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가벼운 ‘잽’ 수준의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진짜 규제에 들어간다면 가상통화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4일 “비트코인이 갖는 통화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비트코인은 ‘거품(bubble)’이다”고 규정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치가 급변동하는 가상화폐를 ‘좋은 화폐’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 화폐라기보다는 투자상품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중앙 2013.12.09
5일 중국 인민은행이 홈페이지에 올린 ‘비트코인 위험 방지 통지문’의 한 대목이다. 금융회사들의 비트코인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 통지문이 올라오자 비트코인 값은 폭락했다. 지난달 29일 도쿄 마운트콕스 거래소에서 1242달러까지 치솟던 비트코인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까지 비트코인 서비스를 중단하자 8일엔 653달러까지 하락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 열풍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 들어 80배 이상 폭등하면서 중국·프랑스·네덜란드 금융 당국이 잇따라 ‘비트코인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몰고 온 가상화폐 신드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5일 NBC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자동차 판매상은 전기차 테슬라 신모델 ‘S’의 대금 8만7400달러(약 9240만원)를 91.4비트코인으로 받았다.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매매한 첫 사례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자 ‘제2의 비트코인’을 노린 ‘아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열풍 이후 시중에 80개 넘는 가상통화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유명한 건 ‘라이트코인(Litecoin)’이다. 2011년 10월 구글 직원인 찰리 리가 개발했다. 국제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으로 인식된다. 찰리 리는 “대단한 발명품인 비트코인을 좀 더 실생활에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1라이트코인은 주요 거래소 8곳 기준 평균가격이 한 달 전 2달러에서 8일엔 22.5달러까지 올랐다.
원리는 비트코인과 비슷하다. 직접 채굴할 수 있고 거래소에서 매매도 가능하다. 참여자들이 급증하며 채굴이 어려워진 비트코인과는 달리 채굴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암호를 맞힐 경우 같은 시간 동안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8배를 채굴할 수 있다.
‘피어코인(Peercoin)’은 ‘동메달’쯤 되는 존재다. 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 개발자(서니 킹)가 비트코인에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다른 코인과는 다르게 암호 해독에 따른 채굴량이 한정돼 있지 않다. 대신 컴퓨터 에너지 효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피어코인을 채굴하는 ‘친환경 통화’ 시스템이다. 현재 1피어코인의 주요 거래소 3곳 평균치는 3.17달러다. 올 10~11월만 해도 ‘그리드코인(Gridcoin)’ ‘파이어플라이코인(Fireflycoin)’ ‘제우스코인(Zeuscoin)’ 등 신생 통화들이 개발됐다. 원리는 대부분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채굴 시스템이나 속도에 약간의 차이를 둬 가치를 결정한다.
가상통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의 시세를 공시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외국 사이트들은 성업 중이다. ‘비티씨이닷컴(BTC-e.com)’의 경우 실제 화폐 없이 가상통화끼리 거래도 가능하다. 가상통화 거래소인 크립스티의 폴 베몬 대표는 “우리 사이트를 통해 하루 평균 3만3000개의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가상통화의 난립이 서로의 가치를 떨어뜨려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비트코인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가상통화의 등장은 각 통화의 향후 가치와 안정성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열풍이 거세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상통화의 특성인 익명성 때문에 자금세탁·금융범죄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각국 금융 당국을 민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비트코인 현상을 17세기 ‘튤립 버블’에 비유하기도 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 귀족 사이에서 튤립 구근을 두고 벌어진 세계 최초의 투기사건이다. 5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에는 높은 세금, 자본 규제, 재산 몰수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돼 투기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은 15달러로 은 시세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가벼운 ‘잽’ 수준의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진짜 규제에 들어간다면 가상통화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4일 “비트코인이 갖는 통화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비트코인은 ‘거품(bubble)’이다”고 규정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치가 급변동하는 가상화폐를 ‘좋은 화폐’로 보기는 어렵다. 아직 화폐라기보다는 투자상품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