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전세계 사망 3분의 1이 '이 질환'…내 몸 '청소차' 관리하세요? [건강한 가족]

해암도 2024. 12. 9. 06:12

혈관 건강과 HDL

콜레스테롤 10대 때부터 쌓여
HDL은 플라크 치워주는 청소차
혈관 내강 넓혀 고혈압도 예방



혈관 건강과 HDL

전 세계에서 매년 전체 사망의 3분의 1(약 2000만 명)이 사망하는 질환, 사망 원인 1위, 유병률과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질환. 바로 심뇌혈관 질환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0년간(2011~2021년) 심근경색증 발생률은 약 54%, 뇌졸중은 9.5% 증가했고, 1년 치명률은 각각 16%, 19%에 이른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 질환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심각한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이다. 심뇌혈관 질환을 두고 예방이 최선이라고 하는 이유다.


심장에서 나간 혈액이 몸 전체를 완전히 순환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0초에 불과하다. 만약 혈액순환이 갑자기 느려지거나 멈추면 조직과 세포는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괴사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혈관을 막는 주범은 콜레스테롤이 만드는 ‘플라크(죽종)’다. 혈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내막은 매끄러운 코팅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 혈액이 굳지 않고 원활하게 흐르도록 한다. 그런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에 의해 혈관 내막이 지속해서 손상을 입으면 여기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세포들이 쌓여 여드름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플라크를 형성한다. 이를 죽상경화증이라고 한다.

플라크가 과도하게 자라거나 플라크 내부에 출혈이 생기면 혈관 내부가 좁아지면서 혈류가 줄어든다. 혈관 지름이 50% 이상이 좁아져 있을 때 비로소 증상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같은 응급 질환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심각한 죽상경화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축적된 플라크가 매우 불안정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파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라크가 파열되면 혈전(피떡)이 생기고, 혈전이 아예 혈관을 막아버릴 수 있다. 상처 부위에 혈액 응고가 일어나 출혈이 멈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플라크의 일부나 혈전이 떨어져 나가 막는 부위에 따라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뇌졸중), 말초혈관 폐쇄성 질환 등이 발생한다.

심혈관 질환의 도화선, 혈관 속 ‘플라크’
혈관 속 플라크는 콜레스테롤의 무덤과 같다. 콜레스테롤은 10대부터 혈관 내막에 축적되기 시작한다. 콜레스테롤이 쌓인 곳에 죽은 세포나 칼슘 등이 흡착하면서 단단한 플라크가 형성되고 결국 혈관이 막히기 시작한다.

특히 고혈압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 속에서 강한 역시너지를 일으킨다. 고혈압은 혈관 벽이 계속 높은 압력에 노출되면서 손상이나 상처를 입기 쉬운 환경이다. 이렇게 손상된 부위에는 콜레스테롤이나 염증 물질 등이 더 쌓이기 쉽고 죽상경화가 가속하면서 혈관은 더욱 빠른 속도로 좁아진다. 혈관이 좁아질수록 혈액이 더 좁은 혈관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은 더 높아진다.

실제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 특히 5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최대 17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3년 동안 약 19만 명의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수축기 혈압 수치에 따라 ▶130㎜Hg 미만 ▶130~139㎜Hg ▶140~159㎜Hg ▶160㎜Hg 이상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총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200㎎/dL 미만 ▶200~239㎎/dL ▶240㎎/dL 이상 등 3개의 그룹으로 나눠 관상동맥 질환 및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dL 이상)과 고혈압(140~159㎜Hg, 160㎜Hg 이상)을 동시에 갖고 있을 경우 대조군(총콜레스테롤 200㎎/dL 미만, 혈압 130㎜Hg 미만)에 비해 남성의 관상동맥 질환 사망률이 각각 10.4배(140~159㎜Hg)와 17.7배(160㎜Hg 이상) 더 높았으며, 여성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3.8배와 4.3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혈관 막히지 않으려면 HDL 높여야


플라크를 예방하고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HDL(고밀도 지질단백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HDL은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막에 쌓이지 않도록 치워주는 ‘청소차’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플라크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HDL은 단핵구를 혈관내피세포 쪽으로 이동하고 부착하게 하는 MCP-1을 억제해 초기 죽상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하며 플라크를 안정화해 파열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HDL은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며, 혈관의 이완을 촉진하고 플라크에서의 콜레스테롤 배출을 통해 혈관 내강을 넓힘으로써 고혈압 예방 및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인 3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전향적 연구 68편을 분석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SD(15㎎/dL)씩 증가할수록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22%씩, 뇌졸중 위험은 7%씩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콜레스테롤·혈압 조절하는 ‘쿠바산 폴리코사놀’ 비밀은 HDL 증가


최근 카리브해의 가난하고 작은 섬나라 쿠바가 건강과 장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쿠바의 건강 지표는 낮은 심혈관 질환 사망률과 심근경색 사망률이다.

한때 쿠바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10만 명당 125명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사망률이 10만 명당 82명으로 급격히 낮아졌고, 70년부터 2015년까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해마다 1.3%씩 감소해 약 60%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이유로 쿠바 과학자들은 콜‘ 레스테롤 수치 감소를 목표로 한 국가적 캠페인의 성공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쿠바 정부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국민에게 폴리코사놀을 무상 또는 저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쿠바 국민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했다. 쿠바 국립과학연구소(CNIC)가 발명한 폴리코사놀은 쿠바산 사탕수수 줄기와 잎의 왁스에서 추출·정제한 8가지 고지방족 알코올 혼합물로,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인 LDL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고 심혈관 질환 예방 인자인 HDL은 높인다.

쿠바산 폴리코사놀은 HDL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을 높인다. HDL은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유일한 운반체다. HDL이 죽상경화증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되는 이유다. 일본 후쿠오카대 의과대학 우에하라 교수팀에서 건강한 중년의 일본인 32명을 대상으로 쿠바산 폴리코사놀 20㎎을 12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폴리코사놀을 섭취한 그룹에서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CEC)이 대조군에 비해 큰 폭으로 향상됐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 이뤄진 인체 적용시험을 통해 약 7%의 수축기 혈압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게다가 플라크의 안정성을 개선하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전 예방에도 도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