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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들 고추장·된장에 맛 들였다

해암도 2023. 12. 29. 05:56

어쩌다 한번 먹는 K푸드 넘어 가정에 상비… 5년 새 수출 3.4배

 
 

28일 찾은 태국 수도 방콕의 한 대형 마트. 식료품 코너에 들어서자 고추장·된장·쌈장부터 갈비·불고기 양념, 떡볶이 소스까지 한국 조미료가 즐비한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어지간한 태국 마트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음식 강국 태국에서 조미료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다. 어쩌다 한식당을 찾아 호기심으로 ‘한식 흡입’에 도전해 보는 차원을 넘어 태국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태국 전통 향신료 대신 한국 조미료를 이용해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사신안 클램파이분(31)씨는 “유튜브 한식 요리 영상을 보고 불고기를 요리해 먹기 시작하면서 한국 조미료에 관심을 가졌다”며 “남프릭(태국식 고추 소스) 대신 고추장을 이용해 매콤한 볶음 요리를 해 먹는 것도 별미”라고 했다.

 

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외세의 침략을 거의 받지 않아 전통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 김치 쏨땀(태국의 샐러드 격), 고추장을 이용한 닭고기 샌드위치 등 한국 조미료를 가미한 퓨전 음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태국식 샤브샤브’라고 불리는 태국의 국민요리 무카타 식당들은 양념으로 한국의 쌈장·고추장을 내놓고 있다.

 

원래 태국의 조미료 시장은 간장·굴소스 등 일본산 조미료가 장악하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도요타·닛산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태국에 진출, 태국이 일본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엔터테인먼트·화장품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한류 열풍에 식품도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오랜 시간 머물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한국 요리를 해 먹는 태국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 조미료가 일본을 맹추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현지 일식당에서도 고추장을 이용한 음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주용 aT 태국 지사장은 “맵고 짜고 얼큰한 맛을 선호하는 태국인 입맛과 한국인 입맛이 비슷하다는 점도 조미료 한류의 원인”이라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의 한국 조미료 수입액은 1106만달러(142억4000만원)로 5년 전인 2017년(323만달러)의 3.4배다.

 

 

방콕=표태준 특파원   조선일보    입력 202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