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문자 피싱’ 주의보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A(32)씨는 지난달 직장 동료에게 ‘[부고] 아버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장례식장 안내’라는 설명과 함께 인터넷 주소(URL)가 적혀 있었다. A씨는 동료의 휴대전화 번호로 온 문자에 별다른 의심 없이 URL을 눌렀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틀 뒤, “32세 A씨죠. 검찰입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직장과 나이는 물론 사는 동네, 가족 중 형이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는데, “A씨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당신은 선의의 피해자인 것 같다. 하지만 범죄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계좌를 정지해야 한다. 검찰 계좌로 급하게 써야 하는 돈을 보내라”고 했다.
A씨는 500만원을 검찰 계좌로 보냈지만, 이후 검찰은 연락이 두절됐다. 조사 결과, ‘가짜 검찰’이었다. 이틀전 부고 문자에 있는 URL에 접속했을 때 A씨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되면서 개인 정보가 유출됐고, 범죄 일당이 이를 악용해 A씨를 속인 것이다.
다.이처럼 스미싱(문자메시지로 개인 정보를 빼내는 해킹 수법)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그동안 스미싱은 공공기관이나 택배를 사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지인을 사칭하는 스미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1~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적발된 ‘지인 사칭’ 스미싱 건수만 4만5312건에 달한다. 지인을 사칭해 악성 앱을 설치한 뒤, 탈취한 개인 정보를 악용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고도화되는 스미싱 범죄
지인 사칭 스미싱은 주로 청첩장이나 부고장으로 보내진다. 여기에 악성 코드가 담긴 URL을 첨부하는 식이다. 이 URL을 누르면 앱이 설치되는데, 일부 앱은 설치와 동시에 화면에서 숨겨져 피해자가 직접 앱 설치 목록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힘들다. KISA에 따르면, 지인 사칭 스미싱은 지난해만 해도 적발된 전체 스미싱의 0.0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전체의 11.1%(11월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스미싱 범죄 일당이 원격으로 스미싱 문자를 보낸 뒤에 곧바로 피해자들의 스마트폰에서 문자 전송 기록을 지워버리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신이 스미싱에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한다. 여기에 2차 피해자들은 지인 번호로 온 문자를 의심하지 않고 악성 앱을 눌러 3·4차 피해자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악성 앱이 고도화되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사진첩 등 개인 정보를 빼돌리는 수준을 넘어 대출 신청이나 비대면 계좌를 만들 때 필요한 문자 본인 인증까지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KISA 관계자는 “해킹한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의 GPS(위치 정보 시스템) 정보를 기반으로 동선을 파악한 뒤 피해자에게 가짜로 만든 교통 범칙금 통지 문자를 보내 돈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피해 최소화하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대부분 스미싱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출처가 불분명한 URL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URL에 접속을 시도하면, 휴대전화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라는 제목의 경고문이 표시되는데, 피해자들이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설치’를 눌러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지인이 보낸 문자라도 해당 경고문이 뜨면 접속하지 않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더라도 주민 번호, 계좌 번호 등 개인 정보 입력은 자제해야 한다. 이 외에도 모바일 가드, 후후, 알약M 등 백신 앱을 설치하면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해 대응할 수 있다.
만약 스미싱이 의심된다면, 각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인 ‘번호 도용 문자 발송 차단’ 서비스를 신청해 추가 피해를 막는 게 먼저다. 피해가 의심되면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모바일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스미싱을 당한 게 확인되면 공인인증서·보안 카드 등 금융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폐기하고 재발급받아야 한다. 또 피해를 본 게 확실하면 국번 없이 ‘112′를 눌러 경찰에 신고하고, ‘118′로 전화를 걸어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상담 및 후속 대응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좋다.
채제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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