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임계 고온’ 측정 실험
기온에 따라 에너지 소모량 달라… 고온다습할수록 대사율 높아져
온난화로 이상 고온 현상 지속… “폭염 피해 줄이는 데 도움될 것”
‘임계 고온’ 연구를 이끈 루이스 할시 영국 로햄턴대 교수가 직접 실험 대상자로 참가해 대사율을 측정하고 있다. 루이스 할시 영국 로햄턴대 교수 연구팀 제공
한낮 기온이 33도를 웃돌던 1일 전국 곳곳에서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2.9도, 경기 양평군 옥천면의 한낮 기온은 37.3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 기준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면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33∼35도면 매우 심한 더위니 활동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의미다.
폭염에 노출되면 열사병은 물론이고 열 탈진, 저나트륨혈증으로 쓰러지거나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4일(현지 시간)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50대가 39도 폭염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국적 기후연구 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해 여름 40도를 웃돌던 서유럽에서 폭염으로 2만 명이 숨졌다는 연구 결과를 그해 말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를 예측하고 대응법을 찾는 게 목적이다.
루이스 할시 영국 로햄턴대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학회’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는 40도에서 50도 사이라는 연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37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고온인 ‘임계 고온(Upper Critical Temperature)’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안정시 대사율이 온도와 습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안정시 대사율이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특별한 활동 없이 휴식할 때 쓰이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연구팀은 먼저 실온 환경에서의 안정시 대사율, 피부 온도, 심부 온도,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고 이를 온도 50도, 습도 25%인 환경에서 측정한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소모되는 대사량은 최대 56%로 높아졌다. 임계 고온은 40∼50도로 분석됐다.
할시 교수는 “동물이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온도에 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정작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간이 ‘최적이 아닌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사람마다 ‘최적의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임계 고온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염 현상이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위원회(C3S)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6월 초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일례로 4월 태국과 베트남의 기온은 각각 45.4도, 44.2도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4월 기후 위기를 주제로 열린 ‘제2회 국가 현안 대토론회’에서 유희동 기상청장은 “최근 10년간 한국의 폭염일수는 연간 2.8일 증가했으며 열대야 일수도 4.6일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이틀에 한 번꼴로 폭염이, 사흘에 한 번꼴로 열대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할시 교수는 “인간의 몸이 열로 인한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개인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찾으면 더워지는 지구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입력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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