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베스트 닥터 ⑧ 서울아산병원 외과 김송철 교수

해암도 2013. 11. 24. 09:18

 

세계 췌장암 복강경 수술 중 30% 도맡아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김송철(52) 교수가 담췌장질환의 수술 분야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다.

 

이는 중앙SUNDAY와 건강의료 포털 ‘코메디닷컴’이 전국 10개 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외과 교수 45명에게 ‘가족이 담췌장 질환으로 아프면 믿고 수술을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병원의 김선회 교수가 김송철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지난 9월 초 세계췌장학회가 열린 서울 광장동 W서울워커힐호텔 대회의실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강을 넘어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수술실에서는 이 병원 외과 김송철(52) 교수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긴장의 끈을 풀었다. 이날 김 교수는 췌장암 환자와 췌장양성종양 환자 각 1명에게 배에 구멍을 3개 뚫고 복강경 수술을 하는 시연을 했다. 이 장면은 강 건너 호텔로 실시간 중계됐다.

많은 의사가 췌장암의 복강경 수술에 반대하고 있어, 이 수술 시연은 논란을 정리하는 의미가 컸다. 특히 두 수술 모두 복강경 수술 가운데 위의 아랫부분을 보존하는 최고난도의 ‘췌두부 절제술’이었다. 췌장 끝자락과 십이지장·공장·담낭·담도 등을 절제한 뒤 췌장과 공장, 간과 공장을 연결하는 어려운 수술이다. 10여 시간에 걸쳐 두 사람의 수술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가 “놀랍다”고 감탄사를 내뱉었고, 100여 명의 의사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캐리커처=미디어카툰 정태권


김송철 교수는 췌장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칼잡이로 꼽힌다.

 췌장은 배 속 깊숙이 다른 장기와 겹쳐 꼭꼭 숨어 있기 때문에 암 진단도, 수술도 쉽지 않다. 또 수많은 혈관이 연결돼 있는 복잡한 구조여서 자칫하면 과다출혈, 췌장액 누출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쉽다. 복강경 수술 반대론자들은 췌장암 수술은 8~9시간 걸리는 데다 수술 뒤 여러 장기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시야가 확 트인 개복수술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며 복강경 수술의 교과서를 써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췌장·담도·십이지장 등에 각종 병이 생긴 환자 1200여 명을 복강경으로 수술했다. 췌장암 환자는 170명을 수술했고, 이 가운데 40여 명이 최고난도의 췌두부절제술이었다. 세계 최다이며 기록상으로는 세계 복강경 췌장암 수술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미국 메이요클리닉, 프랑스ㆍ스웨덴의 연구진과 함께 췌장암 복강경 수술의 효과에 대해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내년에 리핀코트 윌리엄스 앤드 윌킨스와 윌리-블랙웰 출판사가 각각 발간하는 췌장암 교과서에서 복강경 수술과 췌장종양 수술 부분을 맡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예과 2학년 때 서울대 의대 등반대장으로 한라산에 갔다가 후배 1명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때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다가 기독교에 귀의했고 봉사에 눈을 떴다. 본과 4학년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입대해 강원 태백시의 탄광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군 복무 후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서 행려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외과 의사가 천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전공의를 마칠 무렵 서울아산병원의 한덕종 교수로부터 “장기이식 수술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병원을 옮겼다.

그는 1999년 스승과 함께 췌장 수술 뒤 당뇨병이 온 50대 환자에게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섬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에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한 해 150~200명에게 신장이식, 10여 명에게 췌장 이식을 하면서 췌장암 수술을 병행했다.

그는 이식학회에서 ‘차세대 대표주자’로 평가받으면서 간담췌학회에서 ‘어려운 수술을 개척하는 의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췌장암이 증가하는 현실을 보면서 한 교수에게 “이젠 이식보다는 담췌장 수술에 집중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3년 전부터 담췌장 수술만 담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장기이식은 종합적으로 수술을 설계해서 시행하는 눈이 있어야 하고 어려운 혈관수술에 능숙해야 하는 데다 사명감·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장기이식 수술 경험이 췌장수술에 도움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중앙 201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