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규 TFJ 대표 인터뷰
항암제서 발수 기술 찾아
800℃ 견디는 섬유도 개발
“의류 넘어 車·배터리 공략”
발수 소재와 준불연(準不然) 소재를 원사, 부직포, 원단 등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서 납품하고 있는데 사실 이 소재들이 어디까지 쓰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바이어에 따라 쓰임새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
7년 차 섬유 테크 스타트업 티에프제이(TFJ)의 진의규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소재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며 “소재는 특히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혁신 기술로 개발한 신소재로 수입산을 대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TFJ는 물에 젖지 않는 친환경 섬유 ‘블루로지’와 불에 타지 않는 섬유 ‘메터리움’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비불소 발수가공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준불연 섬유 전문 생산시설을 갖췄다. 지난해 11월 12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아 국내 두 개의 공장을 세웠다. 진 대표는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섬유이다 보니 레퍼런스가 없어 오히려 투자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진 대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발수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일 자체는 섬유업계에 종사하신 아버지를 따라 시작했는데, 방수·발수제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PFCs)이 2009년 금지 약품으로 지정돼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창업을 하게 됐다. PFCs의 분자 구조를 보면 강력한 ‘고리’가 있어서 이 고리가 발수 성능이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PFCs가 제거되니 발수 기능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세탁을 한 번 하거나 야외에 몇 시간 두면 기능이 날아가 버리곤 했다. 그래서 PFCs의 고리 역할을 대체할 가교제를 2015년에 개발했고 TFJ 창업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청바지, 폴리에스터, 면 등 4~5가지 원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고, 창업 이후엔 캐시미어나 실크 등 특수 원단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가교제는 어떻게 발견하게 됐나.
“엉뚱하게도 항암제에서 찾았다. 발수 기능은 연꽃잎에서 처음 개발됐기 때문에 보통 식물 쪽을 많이 들여다보는데 시각을 달리했다. 항암제는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죽인다기보다는 암세포가 더이상 증식하지 못하고 굶어 죽도록 암세포를 단단히 감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리가 있다. 또 인체에 들어와도 문제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발수 기능을 잡아주지만 인체에는 해로운 PFCs의 완벽한 대체재라고 판단했다.”
-발수 기술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나.
“발수는 특히 바다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친환경 기술이다. 물을 튕겨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에 강하기 때문에 물빨래만으로도 충분히 세탁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옷을 세탁할 때 비눗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섬유에 있는 유해물질도 같이 나온다. 예를 들면, 가끔 청바지를 입으면 피부가 가려울 때가 있지 않나. 이는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때문이다. 청바지를 빨면 세제 거품과 더불어 색소와 독성물질도 같이 흘러나가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제품에선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물을 100% 재활용한다. 이 기술을 상용화해 만든 브랜드 이름을 ‘블루로지(Blue+Technology)’로 지은 이유다.”
-준불연 소재 양산도 최근 시작했다.
“현재 ‘메터리움(Materium)’이라는 브랜드로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다. 탄소섬유로 가기 직전 ‘안정화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섬유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안정화 섬유’라고 불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연구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하고 최대 1000도까지 견딘다는 특성이 있어 자동차, 우주선 등 외장재로 쓰인다면 안정화 섬유는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내장재로 주로 쓰인다. 800도까지 버틸 수 있다. 현재 캠핑용품 등에 쓸 수 있는 섬유와 각종 내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난연 소재를 만드는 회사가 많다. 메터리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품질과 채산성이다. 안정화 섬유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기존의 섬유 회사들은 탄소섬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안정화 섬유를 만든다. 탄소섬유는 워낙 고온에서 태우다 보니 투입되는 원료 대비 나오는 양이 적다. 그 부산물을 버릴 수 없으니 ‘덤’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하는 데 시간은 많이 들고 생산량은 적다. 8~10시간을 들여 100~200킬로그램(㎏)의 안정화 섬유를 얻고 국내에는 ㎏당 40달러씩 판다.
반면 TFJ의 메터리움은 안정화 섬유 전문 공장에서 생산된다. 2시간이면 생산이 가능하고 생산 시간이 줄어든 만큼 전력 소비도 적어 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기존 제품의 절반가량이다. 품질도 훨씬 우수하다.”
-한 마디로 물에 젖지 않고 불에 타지 않는 소재를 만든다는 것인데,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
“그렇다. 먼저 블루로지의 발수 소재는 섬유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 여러 가지 사업군에 다 쓰인다. 예를 들어 전기 쇼트 같은 사고는 전기회로 주변에 수분이나 이물질이 있어 전기 흐름이 막히면서 발생하는데, 발수 기술로 수분을 차단해 전기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메터리움의 준불연 소재는 배터리 커버, 군복, 소방복과 각종 내장재로 쓰일 수 있다. 최근엔 건축자재, 항공, 자동차 쪽에서 활용하려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생산 현황과 목표가 궁금하다.
“경기 시흥의 블루로지 생산 공장은, 블루로지가 아직 시장 검증 중인 관계로 70% 정도 가동하고 있다. 섬유업계 특성상 검증 기간이 짧지는 않다. 소위 ‘고난의 계절’을 지나고 있고 내년 들어서는 가동률이 10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메터리움 공장은 9월 말부터 24시간 365일 ‘풀 가동’ 중이다. 전문 공장은 전 세계에 우리뿐이기 때문에 생산량 세계 1위다. 여기다 최근에 발수 약품 판매도 시작해 내년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2024년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 내년에 기술 검증에 들어간다. 가능하다면 상장 전에 프리 기업공개(IPO) 투자를 통해 공장의 생산시설을 늘리려 한다. 2030년까지 메타리움과 블루로지 모두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것이 목표다.”
이은영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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