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칼 알람비. 사진 SNS 캡처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때로는 긴 시간이걸릴 때도있지만, 막상 도착하면 모든 것이 계획의 일부였음을 알게된다. 미 오하이오주에 사는 한 자동차 정비공이 이 교훈을 직접 경험했다.
51세의 전직 자동차 정비공이 의사가 되겠다는 평생의 꿈을 완성했다. 자신의 첫 직장인 카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CBS방송 등 현지언론은 오하이오주(州) 메이필드 하이츠시 클리브랜드 클리닉 힐크레스트 병원 응급실 담당의 칼 알람비(51)의 사연을 전했다. 평생 자동차를 수리하던 그가 다시 학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의사가 되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알람비의 가족은 70년대 중반 클리브랜드 동부의 한 작은 마을에 살았다. 그곳은 그의 부모가 집을 구할 형편이 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였다고 한다.
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방문 판매원 일을 했고 그의 어머니는 다섯 형제를 포함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집에 머물렀다.
알람비는 “우리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어린 시절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지역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워 19세 나이에 자신의 카센터를 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다행히 그의 사업은 자신의 기대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체 규모가 커지자 그는 이를 운영할 경영기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던 당시 칼 알람비. 사진 SNS 캡처
카센터를 연지 15년 후인 지난 2006년 34세의 알람비는 오하이오 주 어슬린 칼리지에 입학해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학위 커리큘럼에는 생물학 수업이 있었고 그는 경영학 학위를 위해 생물학을 왜 이수해야 하는지 의심까지 했다고 한다.
알람비는 “생물학 강의를 듣다 보니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왔던 의사라는 꿈이 피어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2010년 또다시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의대 입학을 위한 예비의대 과정을 등록한다.
그는 “항상 사물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왔고 특히 사람의 인체는 내가 경험한 모든 것 중 가장 복잡해 보였고 항상 나를 매료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주립대 의과대학 준비 프로그램에 합격한 알람비는 2015년 45세 나이에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의과대학에 입학해 의사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여기까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알람비는 “남편이자 네 아이의 아버지, 일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으로 많은 책임이 있었다”면서도 “내 모든 책임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7세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2019년 클리브랜드 클리닉 애크런에서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를 시작해 2022년 마침내 전문의가 되며 꿈을 완전히 이루었다.
32년간 자동차 정비일을 하다가 의사가 된 칼 알람비(51). 사진 SNS 캡처
그는 오랫동안 정비공으로 일한 경험이 의사가 됐을 때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알람비는 “카센터를 할 때도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견적 비용과 수리 시간 등 차량의 상태에 대해 고객이 절망하는 것을 봐왔다”며 “환자를 돌보면서 과거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환자를 공감하고 연민과 안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때로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며 자신의 이전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한다고 했다.
큰 꿈을 꾸고있지만 그것을 성취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알람비는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을 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한다면 꿈을 좇아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을 계획하고 계획을 실행한다면 오늘의 희생이 내일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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