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인 고양이가 풀잎을 씹고 온몸에 문지르는 것은 모기를 퇴치하려는 행동으로 밝혀졌다. 고양이가 가만있을 때보다 달려들 때 식물 살충 성분이 더 많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일본 이와테대의 미야자키 마사오 교수 연구진은 지난 15일 ‘셀’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고양이가 개박하와 개다래 잎을 씹고 핥으면 모기와 파리, 바퀴벌레, 진드기 같은 해충을 물리치는 이리도이드 계열 유기화합물이 방출된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고양이가 개박하나 개다래 잎에 머리를 문지르면 이리도이드 계열인 네페탈락톨이 몸에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왜 풀잎을 씹었다가 뱉는지 알아냈다.
고양이가 씹은 개박하 잎은 손상되지 않은 잎보다 살충 성분을 40배나 많이 공기 중으로 방출했다. 개다래 잎은 고양이가 씹을 때 살충 성분 방출량이 10배 늘었다. 개다래 살충 성분량은 개박하보다 적었지만 종류는 더 많았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씹은 개박하나 개다래 잎에서 방출된 살충 성분이 동물 피를 빠는 흰줄숲모기 암컷을 물리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개박하와 개다래 잎을 씹고 몸에 문지른 고양이는 모기에게 물리지 않았다.
연구진은 손상된 식물이 방출하는 성분이 효과적인 모기 퇴치제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연구가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교수는 손상된 개다래 잎을 스스로 팔에 문질렀더니 모기가 물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물은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으면 곤충을 물리치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이 물질은 동료 식물들에 보내는 경고 신호 역할도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마르코 갈리오 교수는 지난해 개박하가 방출하는 네페탈락톤이 곤충의 수용체 단백질에 작용한다고 밝혔다.
천연 약물을 몸에 바르는 행동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다. 멕시코 거미원숭이는 유대감이나 성적 매력을 높이려고 여러 종류의 잎을 몸에 문지른다. 고슴도치는 종종 가시에 독성 물질을 바른다.
고양이가 개다래나 개박하를 씹으면 모기를 쫓는 유기 화합물이 방출된다. 고양이는 손상된 잎에 몸을 문질러 살충제를 몸에 바르는 것으로 밝혀졌다./일 이와테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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