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렘수면 동안 감정분류해 과도한 공포 기억 차단
나쁜 일은 빨리 잊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병이 든다. 어른들이 평생 경험을 통해 깨우친 진리가 뇌과학으로 입증됐다.
스위스 베른대의 앙투앙 아다만티디스 교수 연구진은 “뇌는 잠을 자면서 나쁜 감정은 치단하고 좋은 감정만 남기는 분류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렘수면 동안 기억 중단하고 감정 분류
연구진은 안구(眼球)가 아주 빨리 움직이는 이른바 ‘렘(REM·급속 안구 운동)’ 수면 상태에 주목했다. 감정이 크게 나타나는 꿈은 렘수면에서 주로 발생한다. 사람이 깨어있을 때 감정은 뇌의 전전두엽 피질에서 처리된다. 그런데 렘수면 상태에서는 전전두엽 피질이 잠잠하다. 그렇다면 꿈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먼저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특정 소리와 함께 좋고 나쁜 자극을 줬다. 이제 쥐는 어떤 소리를 들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다른 소리에는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쥐가 깨어있거나 잠을 잘 때 뇌 활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렘수면 상태에서 특이하게 신경세포 내부에서 일종의 분리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세포는 가운데 세포체를 중심으로 한쪽 끝에 나뭇가지 모양의 수상돌기가 있고 반대편에는 밧줄 같은 축삭돌기가 뻗어있다. 신경세포는 수상돌기로 정보를 받고 축삭돌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한다. 렘수면 동안 수상돌기는 활발하게 작동하지만 세포체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다만티디스 교스는 “신경세포에서 세포체는 잠들고 수상돌기만 깨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리가 일종의 감정 분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상돌기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 안전하거나 위험한 감정을 분류한다. 그 사이 세포체는 활동을 중단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감정까지 여과 없이 다른 세포로 전달된다. 결국 나쁜 감정까지 기억으로 남아 나중에 과도한 공포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정신 질환 치료에 도움줄 듯
이번 연구는 수면이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급성 또는 만성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까지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가 수면 중 세포체와 수지상세포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잠을 자면서 전전두엽 피질에서 사고를 당한 일이 너무 강하게 기억되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고 당시 상황이 일상이나 꿈에서 계속 떠올라 고통을 겪는다. 연구진은 렘수면 과정에서 뇌의 감정 분류를 잘 이해하면 앞으로 다양한 정신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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