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재명의 거짓말 실력

해암도 2021. 12. 26. 09:15
 

                                           정경훈 논설위원



영국 중서부 컴브리아주 코프랜드의 샌턴브리지(Santon Bridge)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샌턴브리지 인'(Santon Bridge Inn)이라는 술집에서는 매년 이색적인 경연대회가 열린다.

'세계 거짓말 대회'(World's Biggest Liar Championship)로, 진지한 어조로 허풍을 떨어 주민과 여행자를 웃겼던 이 술집 주인 윌 릿슨(Will Ritson·1808~1890)을 추모하며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경연 방식은 간단하다. 참가자는 무대에서 5분 동안 소품이나 원고 없이 거짓말로 심사위원과 관객들을 웃기면 된다. 우승자는 푸짐한 상금과 이 대회를 후원하는 지역 맥주 회사의 광고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참가 신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우승자는 2007년 대회에 참가해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 자칭 성공회 성직자가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대회에 참가했다면 같은 영예를 차지했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 10월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계 은퇴 번복과 관련한 질문에 "저는 일생에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한 일이 없어요. 이것은 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다가 이 후보가 2015년 1월 9박 11일의 해외 출장 때 현지에서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출장을 같이 간 하위 직원은 저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세계 거짓말 대회'에 참가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성적을 거둘까 궁금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후보는 참가할 수 없다.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대회 주최 측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치인과 변호사는 거짓말을 하는 게 직업이라 아마추어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imaeil.com    입력 202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