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구분하는 現 체계에선 불가능
양종구 논설위원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1위를 달리다 공동 5위를 하는 바람에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놓친 콜린 모리카와(24·미국)는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국의 명문 비즈니스스쿨인 UC버클리의 하스경영대학을 졸업한 수재다.
일본계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리카와는 어릴 때 9홀 대중골프장을 자주 찾는 부모 밑에서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여덟 살 때 골프에 눈을 떠 선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학생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모리카와는 골프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모리카와는 ‘골프 천재’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같이 장타자는 아니지만 정교한 아이언샷과 치밀한 코스 공략으로 올해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벌써 6승을 거뒀다.
UC버클리에 입학한 모리카와는 미국 대학의 우수 선수들을 이르는 ‘올 아메리칸’에 4년 내내 선발됐다. 미국 아마추어 1위, 세계 아마추어 1위도 차지했다. 이렇게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2학년 가을 하스경영대학에 진학했다.
골프 선수로도 잘나가는데 왜 굳이 공부까지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는 “나는 골퍼로서 나만의 브랜드가 있다. PGA투어에서 벌어지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직접 개입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로서 골프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리카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운동선수 학습권 논란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부는 학생선수의 대회 및 훈련 참가 허용일수 축소를 예고했고 이에 현장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10일), 중학교(15일), 고등학교(30일) 선수들의 결석일수를 내년에는 각각 0일, 10일, 20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2023학년도에는 초등(0일), 중등(0일), 고등(10일) 선수들의 결석일수가 또다시 축소될 예정이다.
교육부가 내세운 명분은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이다.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일부 체육계는 공부할 권리로서 학습권만 강조하는 경직된 교육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운동권’도 포괄적 학습권에 포함돼야 한다며 결석일수 축소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교육부의 취지는 모리카와 같은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를 공부시킨다고 모리카와같이 명문대에 갈 수 있을까. 미국은 운동선수라도 고등학교까지 학업 성적만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입시 땐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에서 학업 성적 하한선을 마련하면 각 대학이 그 기준에 맞춰 운동 능력을 보고 선수를 선발한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선수는 대학을 선택해서 간다. 한국 운동선수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공부하라고 한들 선수들이 제대로 따를 리 없다.
학생과 운동선수를 따로 구분하는 현 교육 시스템으론 답을 찾을 수 없다. 운동선수도 학생일 뿐이다. 특기를 살리는 교육도 가치 있으니 미국처럼 공부를 병행하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교 학생 534만여 명 중 1.5%인 8만2000여 명의 운동선수를 특별 대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입시 탓에 사실상 운동 기회를 박탈당한 대다수 학생에게도 운동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입력 입력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