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첫 비행기 값만 소셜펀딩으로 모으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기업가들에게 후원받겠다”고 설명했다. 5일 현재 31명이 3000~10만원씩 233만6000원을 모아줬다. 그는 지인 윤승철(24)씨를 통해 소셜펀딩을 알게 됐다. 윤씨 역시 지난 9월 사막·남극 등 극지 마라톤 비용(389만원)을 소셜펀딩으로 마련했다.
SNS로 프로젝트 퍼뜨리며 후원 호소
지난 5월엔 일명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열악한 대우로 문제가 됐던 ‘팝픽 사건’ 피해자 19명이 민·형사 소송 비용을 소셜펀딩으로 조성했다. 이들은 “일러스트 외주 기관인 팝픽에서 월급 48만원을 받는 등 부당 대우를 받았다”며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259명의 일반인이 8153만원을 후원해줬다. 피해자들은 팝픽 대표 송모(29)씨를 서울 동부지검에 고소하고 팝픽의 잡지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로젝트를 올리고 후원금을 모으는 소셜펀딩이 늘고 있다.
소셜펀딩은 개인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속한다. 국내에선 유캔펀딩·텀블벅·펀듀 등 20여 개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주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인디밴드, 신인 작가들의 앨범 발매·전시회 비용 마련에 이용된다. 위안부 인권센터 건립에는 2148명이 3089만원을 보탰다. 최근엔 “인·적성 검사비와 토익 응시료 등 취업준비 자금을 대달라” “아기 돌잔치 비용을 온라인으로 받는다”는 개인적인 이색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전 세계 소셜펀딩을 포함한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27억 달러였다. 올해는 51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09년부터 매년 평균 70~8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크라우드 펀딩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는 아직까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500억~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상으로 개인이 돈 거래를 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직접 규제할 법적·제도적 근거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파악한 피해 사례는 없지만 사기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권애라(33) 크라우드산업 연구소장은 “투자형 펀딩의 경우 규제가 까다롭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 거래인 만큼 연체, 원금 손실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영 중인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사 M의 경우 홈페이지에 대부업체인 것처럼 광고하고 “원금을 맡기면 연이율 20~25%를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은 8~11% 정도 된다”며 “대출 계약서 작성과 채권 추심을 하려면 대부업체를 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모인 자금이 범죄행위를 지원하는 데 쓰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는 지난 4월 “동영상 뉴스 제작비에 쓰겠다”며 5만5000달러(약 5800만원)를 소셜펀딩 ‘인디고고(indegogo)’ 사이트를 통해 조달했다. 기부형 사이트의 경우 프로젝트를 올리는 사람과 후원자 모두 익명으로 할 수 있어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후원금을 쓰는 등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박해욱(32) 유캔펀딩 이사는 “프로젝트 등록 시 모금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성사된 모금액을 1, 2차에 나눠 전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책 이미 마련 … EU는 추진 중
해외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규제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이른바 ‘잡스법(JOBS Act)’ 도입으로 크라우딩 펀드를 허용했다. 최근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 소득별로 5~10%까지 연 투자 금액을 제한하고 기업당 펀딩 규모는 한 해 100만 달러로 제한하는 세부안을 마련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과 유럽연합(EU) 역시 내년 도입을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업자 제도’ 계획을 발표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업에 투자하려는 개인의 투자액을 한 해 2000만원까지만 허용하고 중개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포괄적인 규제책이 아닌 데다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유정 기자 중앙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