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두 영혼이 행복을 찾아 나선 여행
/행복원정대
지루한 일상이 버겁게 느껴지는가. 하루에도 몇번씩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괴로운가. 코로나 때문에 이미 여행이란 단어를 지우고 살고 있는가. 그런 이들에게 한편의 오아시스가 되어 줄 영화가 여기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일상을 벗어던지고 훌쩍 여행길에 오르는 상상을 해봤으리라. 영화는 그 상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젊은 커플의 이야기다.
◇무작정 시작된 ‘행복 원정대’
독일 베를린에 사는 펠릭스와 셀리마는 여행지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은 아예 매일 여행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정리하고 반려견 ‘루디’와 함께 무작정 여행길에 나서다. 펠릭스는 영상을 찍고, 셀리마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이 여행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당초 이들의 계획은 아메리카 대륙 횡단이었다. 북미 알래스카에서 출발해 미국, 멕시코 등을 거쳐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가겠다는 결심으로 여행길에 올라섰다. 자그마치 7만km가 넘는 거리다. 이들은 이 여행에 ‘행복원정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여행 끝에서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복원정대
일단 이들은 미국에서 낡은 스쿨버스를 사서 캠핑카로 개조하기에 나선다. 이 캠핑카 개조에만 무려 석 달이 걸린다. 내부를 다 뜯어 고치고, 주방도 만들고 화장실도 만들어 낸다. 그 모습을 보면 단순히 의욕만 앞세운 커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목수, 전기공, 배관공, 인테리어 업자로서 역량을 총동원한다. 그래도 제법 멋들어진 캠핑카를 만들어낸 이들은, 작업이 끝나자마자 무턱대고 알래스카로 출발한다.
애초에 이들이 내세운 가치는 “자유로움”이다. 셀리마는 “아침에 눈 뜨고 나서야 그날 어디로 가서 무엇을 즐길지를 정한다. 계획이 없어야 융통성이 생긴다”고 했다. 이들은 별다른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저 달릴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저 아르헨티나라는 목적지만 있을 뿐, 중간 과정은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다닌다.
/행복원정대
그 과정에서 이들이 거쳐 가는 풍경들이 참 아름답다. 산과 숲, 바다와 강, 호수,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된다. 자연 속에 파묻힌 스쿨버스 위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알래스카부터 벤쿠버, LA, 데스밸리, 그랜드캐년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마주하는 대자연이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면이 아닌가 싶다.
/행복원정대
◇때로는 어려움도 따르는 여행길
/행복원정대
하지만 이들은 여행 중간 중간 부딪히는 난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표현한다. 국경에서 비자 문제로 입국을 거절 당하는 일이나 끊임없이 도로를 달려야 하는 피곤함에 대해서도 토로한다. 하지만 자칫 무계획함이 불안정함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여행이 주는 버거움 때문에 지금 행복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급기야 이들은 멕시코에서 반려견 루디가 건강이 악화돼 여행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제 겨우 여행 계획의 절반 정도를 이뤘을 뿐이지만, 이들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다. 루디가 함께할 수 없는 여행은 원치 않는다고. 그러면서 커플은 “세상을 여행하는 자유를 실컷 누렸는데, 지금 원하는 것은 정착뿐이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SNS를 통해 그들을 응원하던 한 팬에게 버스를 넘긴다. 그렇게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여행 대장정 끝에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
/행복원정대
여행을 사랑한 이 커플이 기나긴 여행을 통해 찾은 행복은 무엇일까. 초반에는 분명히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컸을 것이다. 대자연 속에 파묻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이들은 얘기했다. 중반부터는 계속해서 찾아오는 시련을 극복하면서, 같이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데서 오는 행복을 찾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이 있던 것이다. 어려움은 나눴을 때 절반이 되고, 이를 극복했을 때 오는 행복감은 함께 나누면서 곱절이 되는 행복감이다.
마지막에는 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여행을 통해 행복을 찾아 나서려 했는데, 오히려 일상으로 정착하고 싶어졌다는 고백에서, 이 커플은 우리가 행복이란 걸 꼭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덕분에 우리도 막연히 머리로는 알았을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길에 나서지 않고서야 얼마나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 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 커플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이유다.
개요 다큐멘터리 영화 l 미국 l 96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일상을 내던진 젊은 커플의 힐링 여행
최원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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