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4세에 떠난 오지 순례 2만 km…“남은 목표가 있다”

해암도 2020. 9. 13. 04:47

다큐...영화 "카일라스 가는길"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2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오지 순례길에 나선 한 여성이 있습니다.

그 여정을 함께한 아들이 직접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는데요.

험난한 순례길에 나서 큰 위로와 힘을 전하는 84살의 주인공을 김지선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연세가 어찌됐습니까?) 예. 올해 팔십 하고도 넷입니다. 그래도 청춘입니다."]

시베리아 오지에 있는 바이칼 호수.

몽골 고원에 펼쳐진 거대한 사막.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과 티베트 성산 카일라스까지.

이동거리만 2만 km, 여든 네살 어머니가 걸은 순례길입니다.

["아이들아 빨리빨리 엄마 곁으로 오너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으로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들도 반갑게 어루만지고, 보듬습니다.

아들이 직접 만든 이 영화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정형민/감독 : "우리 이 땅의 어머니들 그 사랑의 힘으로 그나마 이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석달 간의 순례는 마쳤지만, 기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

방역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건강도 기원합니다.

'할 수 있다'는 격려도 잊지 않습니다.

[이춘숙 : "내가 죽는가 했거든요. 눈사태를 만나서. 죽는가 했는데도 악착같이 일어나서 천막 다 싸고 끝끝내 걸었습니다. 이 코로나라고 하는 그 병이 얼마나 강한들 기술이 없겠습니까?"]

다음 목표는 90세가 되는 해에 인도에 가서 가난한 이들에게 쌀과 담요를 나눠주고 온다는 것.

자신이 쓰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노령 연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하루에 100분씩 걸으면서 다시 떠날 그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90살 되면. 형편껏 그렇게... 그게 내 최종 목표입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강정희

 

 


김지선 (3rdline@kbs.co.kr)     입력 202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