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좀 무겁고 답답한 아침입니다. 몸과 마음이 꽤 안 좋은 지인이 주변에 여럿 있습니다. 한 편으론 걱정이 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건강 회복을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그게 참 어렵군요. 제 생각과 지인들의 생각이 다르고, 저는 어차피 당사자가 아니라서 자칫하면 훈수나 두고 잔소리나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친구는 자가면역성 질환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회사에서 맡은 역할을 워낙 중하게 여겨서 자기 몸을 온전히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술을 끊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엔 그 것만으로는 건강을 되찾기 쉽지 않은 몸 상태입니다. 본인이 원하면 적극적으로 조언도 하고, 함께 방법도 찾아볼 수 있을텐데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역할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전히 자신의 건강보다는 일을 우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세게 얘기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감정적인 역효과가 날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콩팥 기능이 워낙 안 좋아진 탓에 자주 염증과 고열로 인해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상태가 안 좋으니 병원에서도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건강을 회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학적으로 치료를 포기한 상태에서도 극적으로 회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기적적으로 암을 이긴 사례도 적지 않게 소개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게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면 사실 우리 누구나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환자 주도 치유 전략’에서 저자 웨인 조나스(가정의학 전문의, 미국 국립보건원 대체의학국장,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협력센터장)는 “의사들이 처방하는 치료제로는 20퍼센트 치유만 가능하며, 나머지 80퍼센트는 환자 내면의 자기주도 치유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 조나스가 제시하는 환자 자신의 자기 주도 치유법이 뭔지 다음 번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환자 스스로 찾아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실천하지 못할 뿐이지요.
몸과 마음이 아픈 지인들이 자신들의 현재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 시점에서 자신들의 건강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관이 있고,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자기 고집과 확신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것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제 자신의 암 경험과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체험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자기 직분을 다 하느라 자신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호주의 말기 암 환자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임종을 앞두고 12주 동안 암환자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공통적인 것만 뽑아 쓴 책 ‘죽기 전에 하는 후회 5가지’입니다.
1.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한 삶을 사는 용기가 필요했다.
2.그렇게 너무 열심히 살 필요는 없었다.
3.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4.친구들과 좀 더 자주 만났어야 했다.
5.내 자신이 좀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2.그렇게 너무 열심히 살 필요는 없었다.
3.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4.친구들과 좀 더 자주 만났어야 했다.
5.내 자신이 좀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자기 자신보다는 조직에서의 역할, 일에 대한 욕심에 더 비중을 두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1, 2, 5번의 후회를 곱씹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틈만 나면 주문을 외우듯 이 다섯 가지를 떠올리고 강의 내용에도 반영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 매몰되면 자주 까먹습니다. 잊었다가 다시 떠올리고, 생각날 때마다 삶 속에서 실천하려고 의식적으로 애씁니다.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든 다른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네요. 그냥 상황이 흘러가든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이 순간이 너무나 아깝고 짧기 때문입니다.
글·사진 홍헌표 기자 조선일보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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