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완결편

해암도 2018. 9. 20. 10:10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572쪽 | 2만2000원


"21세기의 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보잘것없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라는 행성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과거를 개관한 ‘사피엔스’, 어떻게 인류가 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추측하며 미래를 탐색한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지금, 여기’ 현재의 인류를 살펴봤다.

그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환멸, 일, 자유, 평등, 종교, 이민, 테러리즘, 전쟁, 교육, 명상 등 21가지 주제로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에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극적인 성공 내력을, ‘호모 데우스’가 미래의 위태로운 전망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눈 앞에 펼쳐진 현재를 병풍처럼 펼쳐 보였다.

AI가 빼앗아간 일자리는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범람하는 가짜 뉴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후변화와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도널드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신기술이 야기할 모든 영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위협과 위험을 조명한다.

저자의 전작들과 달리 이 책은 역사적 서사를 의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훈의 선집이라 할 수 있다. 교훈이라고 해서 단순명료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더 생각해보도록 자극하고, 우리 시대의 주요 대화에 참여하도록 도왔다. 실제로 이 책의 많은 내용이 저자가 그동안 대중과 나눈 대화 속에서 집필됐다.

책에서는 저자의 사적인 색채가 짙게 드러난다. 어릴적 성 정체성으로 고민했던 이야기부터 유대인의 종교적 도그마와 이스라엘 의 민족주의에 대한 불만과 반감 등을 곳곳에 피력했다. 그런 점에서 책을 옮긴 번역가 전병근은 저자의 3부작 중 ‘가장 하라리스러운 책’이라 평했다.

‘한국 독자를 위한 7문 7답’도 흥미롭다. 저자는 140자 트윗이나 1분짜리 고양이 유튜브 동영상을 훑으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한 주제를 깊이 탐구하는 데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김은영 기자     입력 20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