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현대의학은 염증을 제거해야 할 악(惡)으로 간주한다.
염증을 제거해야 병도 낫는다고 본다. 설사를 하면 멈추게 하고 열이 나면 떨어뜨려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통합의학 권위자이자 미국 의학박사인 하비 비겔슨은 최근 국내 출간된 저서 '좋은 의사는 소염제를 처방하지 않는다'(라의눈 펴냄)를 통해 이 같은 주류 현대의학의 치료철학에 반기를 든다.
책에 따르면 인체는 자체로 뛰어난 자연치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체는 문제가 생긴 부위를 격리하고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벽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염증'이다.
염증은 상처와 감염에 대한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이자 인체의 기초적인 치유 과정 일부다. 따라서 염증 작용을 방해하는 것은 정상적인 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다.
비겔슨 박사는 수술이나 약물을 남용해 인체의 자연적인 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의사들의 인위적 개입이 문제를 키우고 악화한다고 본다.
특히 수술로 인한 흉터가 치유에 꼭 필요한 체액의 흐름을 가로막아 염증이 해소되지 못하게 고립시킴으로써 인체에 해를 끼치고 만성질환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병균보다 의사가 더 해롭다(Doctors Are More Harmful Than Germs)"고 단언한다.
이는 책 원제이기도 하다.
비겔슨 박사는 오늘날 의료계 안팎에 만연한 수술 만능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합성식품이나 유전자조작식품을 경계하는 사람들도 진료실에서 의사가 무릎관절이 나빠져 교체해야 한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수술 날짜를 잡는다는 것이다.
한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긴 의사들이 자연분만의 이로움을 인정하기 시작하기는 아주 최근 일이다.
비겔슨 박사는 소아마비나 천연두 같은 감염성 질환이나 응급의학 분야에서 이룬 주류 현대의학의 성과를 인정한다.
그러나 암을 비롯해 과민성대장증후군, 관절염, 근육위축증, 다발성경화증, 심장질환, 신장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만성질환들에서는 근본원인을 찾지 않고 증상에 집착해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낸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의사의 잘못된 개입이 낳는 만성질환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비겔슨 박사는 질병의 원인은 몸에 침입한 세균이기 때문에 세균만 죽이면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현대의학의 치료철학에 반대한다.
세균은 인체 안팎에 상존하며 치료는 세균을 없애는 게 아니라 세균이 번성할 수 없게 생체환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또한 환자 개개인의 체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질병에 대한 현대의학의 획일적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사람마다 독특한 생화학적 흔적이 있어 의학적 해결 방법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몸 전체의 유기적 관계와 균형, 선천적인 치유력을 중시하는 한의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비겔슨 박사는 침술, 동종요법, 정골의학 등 각종 전통의학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나아가 전통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고 배제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현대의학에 맞선다.
"특정 형태의 의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일 것이다. 바로 거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 의사협회다.
현대의학은 건강관리에 있어 하나의 접근법일 뿐이다.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분명 이것은 가장 오래되지도, 가장 많이 입증되지도, 가장 믿을만하지도, 심지어 가장 효율적이지도 않다!"
박병오 옮김. 320쪽. 1만6천원.
연합뉴스 송고시간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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