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생물기술환경연구소 최우창 회장
“항생제 대신 IT·BT로 장어 키워”
생산 확대해 일본 수출도 추진
18일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천보생물기술환경연구소(CIBE)를 찾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기술(BT)이 결합된 최첨단 설비로 장어를 키우는 곳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도 장어를 키울만한 양식장이 보이지 않았다. 주소를 잘못 입력했나 싶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입구에 달린 CIBE 안내판을 발견하고서야 안도했다.
CIBE는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 수조가 들어선 기존 양식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고 운동장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잔디밭으로 꾸며졌다. 양어장이라기보다는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연구소처럼 느껴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냄새와 오폐수 문제 때문에 장어를 키우는 양식장은 다른 곳에 지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장어를 키울 때 발생하는 오폐수를 여과해 재활용하는 RAS 덕분에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장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장치를 거쳐 나오는 오니(汚泥)는 퇴비로 사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1석 4조”라고 말했다.
교실 벽을 뚫어 길이 70m, 폭 12m의 장어 양식장을 마련했다. 수조가 28개나 있었다. 한 쪽에선 직원들이 출하를 위해 선별작업을 진행했다. 수조에는 수천마리 장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물살을 이겨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헤엄치다 지친 장어들은 수조 물높이에 맞춰 설치된 사각 망 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장어도 적당히 운동하고 쉬어야 쫄깃하다”며 “물살을 적당한 세기로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장어 양식장을 여러 곳 봤지만 건물에 양식장을 만든 곳은 처음이다.
“비닐하우스로 양식장을 만들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양식 농가들이 비닐하우스에 수조를 설치해 장어를 키우는 이유다. 그런 모습만 봤을테니 생소한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사서 내부를 양식장으로 개조했다. 그래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기 전까지 장어 양식장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폐교를 사고 IT와 BT를 활용한 RAS를 구축하는데 돈이 꽤 들었다. 그동안 50억원쯤 투자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더 투자하고 싶지만 아내 눈치가 보여 삼가고 있다(웃음).”
-기술에 대한 자신감 없으면 과감하게 투자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비록 1차 산업이지만 벤처기업이다.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 부설 연구소도 세웠고 특허도 여러건 받았다. 품질과 환경을 인정하는 ISO 인증을 받은 것도 CIBE가 국내 최초다.
-2010년 사업을 시작했으면 당시 나이가 65살로 적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하던 사업도 정리할 때 아닌가.
“낯선 일이 아니어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1989년부터 내수면 양식과 관련된 무역업을 진행했다. 이 때 RAS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그런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차라리 내가 직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나.
“유럽은 이미 30년전부터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변환했다. 오수정화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양어장을 하지 못할 정도로 환경 보전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지금은 한국도 유럽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양식하는 사람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물고기를 키워 국민에게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RAS 방식으로 양식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유지비는 기존 양식장의 10% 수준이다. 우리 양식장에서 하루에 쓰는 물이 30~35톤(t)이고, 계약전력은 99킬로와트(kw)에 불과하다. 일하는 사람도 많이 필요 없다. 우리 양식장은 2교대로 돌아가는데 나를 포함해 4명이면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장어를 얼마나 생산하나.
“치어를 일년 정도 키우면 성어가 되는데 연간 65~70톤쯤 생산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20억원쯤 된다. 소비자 반응이 괜찮아 좀 더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현재 경기도와 충청도에 양식장을 지을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새로 시설을 갖추면 지금보다 생산량이 훨씬 늘어나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
“아내가 겉으로는 ‘나이 먹은 할머니를 고생시킨다’고 구박하지만 실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내는 CIBE에서 키운 장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식당 ‘e-민물장어하우스’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식당에 찾아 온 소비자 반응은.
“쫄깃하고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좋아한다. 특히 RAS 방식으로 양식장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어떤 항균성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부여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어 마니아들이 많은 일본 진출은.
“이미 일본에 수출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 공급하기에도 생산량이 부족하다. 좀 더 생산 규모를 키운 뒤에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나 법인에 양식업허가를 내줘야한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내수면 어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향후 계획은.
“세계 각국은 첨단 양식 사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한국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양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양식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지금보다 사업을 더 키울 계획이다. 또 젊은이들이 양식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숙사와 강의실까지 갖춘 선진형 실습 교육 전문기관을 만들 계획이다.”
“항생제 대신 IT·BT로 장어 키워”
생산 확대해 일본 수출도 추진
18일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천보생물기술환경연구소(CIBE)를 찾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기술(BT)이 결합된 최첨단 설비로 장어를 키우는 곳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도 장어를 키울만한 양식장이 보이지 않았다. 주소를 잘못 입력했나 싶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입구에 달린 CIBE 안내판을 발견하고서야 안도했다.
- ▲ 양식장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CIBE 전경. /박지환
그는 “장어를 키울 때 발생하는 오폐수를 여과해 재활용하는 RAS 덕분에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장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장치를 거쳐 나오는 오니(汚泥)는 퇴비로 사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1석 4조”라고 말했다.
교실 벽을 뚫어 길이 70m, 폭 12m의 장어 양식장을 마련했다. 수조가 28개나 있었다. 한 쪽에선 직원들이 출하를 위해 선별작업을 진행했다. 수조에는 수천마리 장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물살을 이겨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헤엄치다 지친 장어들은 수조 물높이에 맞춰 설치된 사각 망 위에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장어도 적당히 운동하고 쉬어야 쫄깃하다”며 “물살을 적당한 세기로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 ▲ CIBE가 사육중인 장어(왼쪽)와 선별작업을 거치고 출하 직전의 장어. /박지환 기자
-장어 양식장을 여러 곳 봤지만 건물에 양식장을 만든 곳은 처음이다.
“비닐하우스로 양식장을 만들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양식 농가들이 비닐하우스에 수조를 설치해 장어를 키우는 이유다. 그런 모습만 봤을테니 생소한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사서 내부를 양식장으로 개조했다. 그래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기 전까지 장어 양식장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폐교를 사고 IT와 BT를 활용한 RAS를 구축하는데 돈이 꽤 들었다. 그동안 50억원쯤 투자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더 투자하고 싶지만 아내 눈치가 보여 삼가고 있다(웃음).”
“한국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비록 1차 산업이지만 벤처기업이다.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 부설 연구소도 세웠고 특허도 여러건 받았다. 품질과 환경을 인정하는 ISO 인증을 받은 것도 CIBE가 국내 최초다.
-2010년 사업을 시작했으면 당시 나이가 65살로 적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하던 사업도 정리할 때 아닌가.
“낯선 일이 아니어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1989년부터 내수면 양식과 관련된 무역업을 진행했다. 이 때 RAS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그런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차라리 내가 직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나.
“유럽은 이미 30년전부터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변환했다. 오수정화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양어장을 하지 못할 정도로 환경 보전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지금은 한국도 유럽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양식하는 사람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물고기를 키워 국민에게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RAS 방식으로 양식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유지비는 기존 양식장의 10% 수준이다. 우리 양식장에서 하루에 쓰는 물이 30~35톤(t)이고, 계약전력은 99킬로와트(kw)에 불과하다. 일하는 사람도 많이 필요 없다. 우리 양식장은 2교대로 돌아가는데 나를 포함해 4명이면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장어를 얼마나 생산하나.
“치어를 일년 정도 키우면 성어가 되는데 연간 65~70톤쯤 생산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20억원쯤 된다. 소비자 반응이 괜찮아 좀 더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현재 경기도와 충청도에 양식장을 지을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새로 시설을 갖추면 지금보다 생산량이 훨씬 늘어나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
“아내가 겉으로는 ‘나이 먹은 할머니를 고생시킨다’고 구박하지만 실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내는 CIBE에서 키운 장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식당 ‘e-민물장어하우스’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
- ▲ CIBE가 운영하는 e-민물장어하우스. /박지환 기자
“쫄깃하고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좋아한다. 특히 RAS 방식으로 양식장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어떤 항균성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부여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어 마니아들이 많은 일본 진출은.
“이미 일본에 수출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 공급하기에도 생산량이 부족하다. 좀 더 생산 규모를 키운 뒤에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나 법인에 양식업허가를 내줘야한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내수면 어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향후 계획은.
“세계 각국은 첨단 양식 사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한국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양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양식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지금보다 사업을 더 키울 계획이다. 또 젊은이들이 양식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숙사와 강의실까지 갖춘 선진형 실습 교육 전문기관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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