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알트코인 대박 행진…박상기 규제 약발 떨어졌나?

해암도 2018. 4. 17. 07:03

최근 들어 신규 알트코인이 가격이 상장과 동시에 단시간에 수십 배에서 수백 배로 폭등하는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1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암호화폐 공개(ICO)를 마친 알트코인들이 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4월 12일 빗썸에 상장한 미스릴(MITH) 코인과 코인레일에 상장한 루키(RKC) 코인은 짧은 시간에 10000% 즉, 100배가 넘는 가격상승을 찍고 내려 앉았다.

미스릴은 12일 오후 6시 250원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한 직후, 약 50분 사이에 가격이 2만8000원대까지 급상승했다. 오후 7시쯤에는 1400원대로 다시 가격이 내려앉았다. 짧은 시간 사이에 상장가 기준으로 112배가 폭등했고, ICO 가격인 80원 기준으로는 312배 이상이 급등한 가격이다. 16일 기준으로 빗썸 내 미스릴 거래 가격은 700원대에 거래 중이다.

같은 날 코인레일 거래소에 상장한 루키(RKC) 코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루키코인은 12일 오후 3시에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레인에 비트코인 기준 1사토시(1비트 코인을 1억 등분한 것) 가격으로 상장됐다. 같은 날 오후 6시에는 130사토시까지 급등했고, 30분에는 106사토시에 거래됐다. 16일 오후 기준으로 약 38사토시에 거래 중이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상 이 같은 현상에 업계 관계자들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3가지 움직임이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정부 규제가 힘을 잃고 있는 게 주효하다. 올해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지까지 운운하며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거센 저항에 발목이 잡혀 이렇다 할 규제를 적용하지 못했지만, 현재까지 검찰과 경찰, 국세청을 내세워 거래소들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최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암호화폐 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정치권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상 계좌를 열어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국내 거래소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OO은행이 먼저 가상계좌를 열어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수가 많아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스릴 코인 차트. / 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알트코인의 가격 폭등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는 업계 스스로가 만든 '자율규제안'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 거래소 업계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규제 강화 발표 후,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축소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자정작용하기 위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 4대 거래소는 스스로 신규 알트코인의 상장을 막아 무분별한 코인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차단하고, 암호화폐 광고를 스스로 자제해 투기 붐을 다운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약 3개월이 지난 4월 5일 빗썸과 업비트는 별도의 공지 없이 암호화폐 '트론(TRX)'을 기습적으로 상장했다.

가격 폭등으로 화제가 된 미스릴 코인도 충분한 사전 홍보 없이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코인원 역시 신규 코인 상장을 준비 중이다. 사실상 국내 대형 거래소들의 신규 코인 상장 경쟁이 재촉발된 것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블록체인협회가 제시한 자율규제안을 3월말까지만 지키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진행된 상황이다"며 "신규 계좌 발급 중지 등으로 거래소 내부 사정이 나빠지면서 광고를 하지 않거나, 신규 코인 상장을 막자고 했던 합의가 깨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규 코인의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마지막 요인은 투자 심리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을 기록할 당시에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 차액을 노리고 투자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규 계좌를 막아 거래소 내부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게 되자, 더 이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에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게 된 구조적 한계 때문에 낮은 가격에 거래소에 상장하는 신규 코인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신규 상장하는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며 "일각에서는 작전 세력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하지만, 가격 폭등 현상이 특정 코인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조선   입력 : 2018.04.16  김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