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프! 강소기업이 떴다] [14]
남학현 사장, 동료 교수와 창업
혈당 단 5초만에 측정 등 당뇨 환자 불편 획기적으로 줄여
심혈관 진단기기로 사업 확대
"측정기 화면의 숫자가 5에서부터 1씩 줄고 있죠. 단 5초 만에 당뇨 환자의 혈당(血糖) 측정이 끝난다는 말입니다."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아이센스 본사에서 만난 남학현(59) 사장은 직접 자신의 손가락에서 혈액을 채취해 자가혈당측정기인 케어센스의 사용법을 보여줬다. 남 사장은 "2000년 창업 당시 기댈 것은 오로지 기술뿐이었다"며 "대학에서 연구했던 센서 기술을 응용한 혈당측정기로 다른 글로벌 기업 제품들보다 혈액 채취량은 8분의 1, 측정 시간은 6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일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당뇨 환자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자는 발상의 전환이 성과를 낸 것이다.
- ▲ 남학현 아이센스 사장이 올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심혈관 질환 진단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남 사장이 손에 든 것은 6가지 진단 시약이 들어 있는 용기다. 국내 혈당측정기 1위 업체인 아이센스는 면역진단기기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4개월 만에 생산량 4배 늘려
남 사장은 "회사를 시작하면서 이왕이면 진단 센서 중 가장 시장이 큰 혈당측정기에서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센스의 핵심 경쟁력은 인체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센서 기술이다. 혈당측정기도 혈액 속 포도당이 분해될 때 나오는 전기신호로 혈당의 양을 알아낸다.
창업 당시 두 교수가 운영하던 광운대 화학센서연구그룹은 대한화학회가 국내 대표 우수연구실로 선정할 정도로 진단 센서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대학사회에서 드물게 두 교수가 공동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합쳐 시너지를 낸 덕분이었다.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2000년대 초 국내 혈당측정기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업체들이 대리점 영업 방식을 버리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국내 대리점들은 기술력으로 소문이 난 아이센스로 눈을 돌렸다. 기술력에 영업력이 결합되면서 아이센스의 제품은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남 사장은 "사람과 침팬지는 유전자가 99% 같다"며 "연구원들에게 늘 '기존 제품은 침팬지로, 우리 것은 인간으로 만들 만큼 확실히 다른 1%의 독자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수출길도 곧 열렸다. 2005년 미국 의료기 회사가 아이센스 제품을 보러 찾아왔다. 그때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 2만여 건에 하나도 걸리지 않는 독자 기술임을 입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생산이었다. 지하 99㎡(30평) 남짓한 공간에서 혈당 검사지를 하루에 7만5000개 정도 만들었는데 미국 회사는 당장 이듬해부터 하루 30만개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남 사장은 "연구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공정 하나하나를 다 바꾼 끝에 4개월 만에 하루 30만개 생산 체제를 갖췄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센스는 원주 문막과 인천 송도 공장, 중국 장쑤성 공장 등에서 하루 14억개의 검사지를 생산하고 있다.
◇피 안 내고 혈당 측정하는 신제품
아이센스는 올해 새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미세 바늘이 달린 패치로 통증 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새로운 제품이 대표적이다. 한 번 패치를 붙이면 2주 동안 매일 알아서 혈당을 측정하고 무선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혈당 측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제품도 개발했다. 인공지능이 개인별 혈당 특징을 찾아내 측정 정확도롤 획기적으로 높였다.
남 사장은 "심혈관 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단백질을 자동으로 검사하는 로봇 진단기기도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해외 업체들과 제휴 등을 통해 2%대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5년 내 두 자리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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