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틀 코인' - 하루 100조원 날아갔다

해암도 2018. 2. 3. 05:19

美·인도·한국 글로벌 규제에 세계 가상화폐 두달새 반토막
국내 비트코인은 3분의 1토막… 해외보다 싼 '逆김치프리미엄'

2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가상 화폐 시장에서 대폭락장이 펼쳐지면서 하루 만에 가상 화폐 102조원어치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전 세계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블랙 먼데이(1987년 10월 미국 뉴욕 증시가 하루 만에 22% 폭락한 날)' '패닉 셀(panic sell·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투매하는 현상)' 등을 거론하며 하루 종일 공포에 떨었다.

2일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국제 가격은 심리적 저항선인 1만달러를 뚫고 내려가며 폭락해 한때 7796달러선(전날 대비 -17%)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소 반등해 8380달러대(한국 시각 오후 10시 30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12월 중순 2만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더리움, 리플 등 다른 가상 화폐 가격도 폭락하면서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전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은 3927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944억달러(약 102조원) 쪼그라든 것이다.

급락한 비트코인 가격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은 해외보다 낙폭이 컸다.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10시 30분 현재 863만4000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17%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쯤 심리적 지지선인 1000만원 선이 무너지자 힘없이 가격이 빠졌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 2600만원에 육박했는데,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이더리움, 리플 등도 20~30% 폭락했다.

가상 화폐 가격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규제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최근 가상 화폐 가격 조작 혐의를 두고 세계 4~5위권 가상 화폐 거래소인 비트피넥스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인도에선 아룬 제이틀리 재무장관이 1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가상 화폐를 통한 불법적인 행위나 지급 결제를 없애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 지난달 30일 사용자가 21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가상 화폐 광고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지난달 30일부터 '가상 화폐 거래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명 확인된 한 계좌로만 가상 화폐 거래 대금을 입출금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자금 세탁 우려가 있는 계좌를 깐깐하게 점검하고 주부·대학생 등 소득 증빙이 없으면 입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만 발급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금이 유입되는 걸 막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한편 국내 가상 화폐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30~50% 높았던 '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사라졌다. 2일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5% 이상 낮게 형성돼 오히려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다.



              조선일보    방현철 기자 입력 : 201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