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발상전환으로 성공한 창농 2제

해암도 2017. 6. 16. 04:39

남은 우유로 치즈-요구르트 만들어… 1년만에 年매출 7억


발상전환으로 성공한 창농 2제 축산학과를 졸업했지만 막상 소를 키운다고 하니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다. 30여 년 동안 젖소 목장을 운영한 아버지는 대를 잇겠다는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마냥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단 하루라도 소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목장일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원자연랜드’ 안용대 대표(40)는 도전을 택했다. 대학 졸업 후 낙농업체에서 일하며 익힌 축산업 트렌드와 경영 노하우가 자신감의 밑바탕이었다.  

○ 우유와 치즈에 낙농 체험장 더하기  

충북 청원군의 청원자연랜드 목장을 방문한 어린이들이 어린 젖소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안용대 대표는 “낙농체험 교육목장 인증을 받으면서 한 해 약 7000명이 목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청원자연랜드 제공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생산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익이 정체됐다. 하루에 1600kg의 원유를 짜내서 제조업체에 납품한 뒤에도 많을 때는 원유가 300kg씩 남았다. 생산량은 조금씩 늘었지만 목장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변화가 없으면 목장이 점차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안 대표는 “당시엔 생산비가 너무 높아 소 개체 수를 줄여야 할지 고민했다”며 “생산에만 집중하는 1차 산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심 끝에 남은 우유를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시 산지 우유 가격은 L당 922원. 이를 유제품으로 가공하면 수익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때부터 안 대표는 직접 유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눈코 뜰 새 없는 목장 일을 하면서도 충남대에서 유제품 가공을 배웠다. 아내가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 결과 ‘바보아빠’라는 낙농 브랜드가 탄생했다. 2012년 목장에 유제품 제조 설비를 갖추고 치즈와 요구르트를 생산했다. 치즈는 첨가물 없이 순수 원유로만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요구르트는 시중 제품보다 유산균이 많다는 강점을 앞세웠다. 안 대표는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도 대학과 축산과학연구소에서 기능성 요구르트 등 축산 가공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영역은 유제품 생산에만 그치지 않았다. 농촌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낙농 체험장을 조성했다. 방문객들은 목장에서 직접 송아지한테 건초를 먹이고, 원유로 아이스크림과 치즈 등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한다. 방문객은 눈에 띄게 늘었다. 2012년 첫해 500여 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이듬해 6500명으로 급증했다. 유제품 판매량도 크게 늘어 1년만에 年 매출 7억 원을 넘어섰다.

○ 강남 토박이가 ‘블루베리 총각’ 되기까지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젊은농부들’ 블루베리 농장에서 방문객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아 농촌 체험 캠핑인 ‘팜핑’을 즐기고 있다. 젊은농부들은 매출의 약 50%를 팜핑을 통해 얻는다. 젊은농부들 제공

‘젊은농부들’ 이석무 대표(35)는 어려서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 20대 초에는 군고구마 장사로 하루 매출 30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때 뼈저리게 느낀 건 고구마를 그냥 팔기만 해서는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브랜드를 만들고 포장도 신경 써야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농산물에 아이디어만 잘 접목하면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그의 눈에 블루베리가 들어왔다. 노화 방지에 좋다고 입소문이 퍼져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전부 외국산이었다. 직접 재배해 유통하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사업가의 촉이 왔다. 1년 동안 농사 교육을 받고 사업계획서 쓰는 법도 익혔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묘목을 사다 심는 등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11년 충북 음성군에 농업회사법인 ‘젊은농부들’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6차 산업’에도 일찍 눈을 떴다. 2012년 농촌(Farm)과 캠핑(Camping)을 결합한 ‘팜핑(Farmping)’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주말 야외 활동을 즐기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농촌으로 이끈 것. 방문객들은 낮에는 블루베리 초콜릿 만들기 등을 체험하고 밤에는 일반 캠핑장처럼 캠프파이어 등을 즐긴다. 지난해 1000여 명이 이 대표의 농장을 찾았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블루베리 인기와 함께 2014년 매출 1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2억 원을 달성했다. 생산(1차)에 가공(2차)을 더해 비누, 잼, 발효원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팜핑 등 체험 부문과 블루베리 생산·가공에서 절반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 대표의 공통점은 농업의 미래를 ‘6차 산업’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농산물 생산에 의존하는 기존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가공 및 유통(2차 산업), 체험과 관광(3차 산업)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안 대표는 “처음엔 치즈 제조법을 배울 곳이 없어 서울의 치즈 제조 기계를 만드는 곳에 가서 어렵게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로를 다양하게 개척하는 등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도시인들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으로 농촌이 탈바꿈해야 한다”며 “농촌에 젊음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입력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