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카레클린트 대표 3인
2월 28일 경기 하남시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에서 안오준 ,정재엽, 탁의성 카레클린트 대표(왼쪽부터)를 만났다. ‘취업 포기생’이던 이 청년 창업가들은 원목가구 업체를 만들어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 카레클린트 제공
“아, 직장 들어가기 정말 힘들다. 취업도 안 되는데 우리가 하나 차릴까.”
몇 년 전 서울 마포구의 한 맥줏집. ‘취포생(취업포기생)’ 셋이 한탄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창가 테이블에는 맥주 세 캔이 나란히 놓였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갔다. “작품 준비나 하러 가자.” 이 말 한마디에 적막이 툭 깨졌다. 그때는 서로가 서로의 말을 취기로만 여겼다.
지난해 국내 수제 원목가구 업체 ‘카레클린트’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창업 7년 만이다. 이 업체 대표는 정재엽(32), 탁의성(32), 안오준 씨(30) 등 청년 창업가 3명이다. 지난달 28일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에 있는 카레클린트 가구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신세계는 지난해 스타필드 개장을 준비하면서 입소문을 듣고 카레클린트 측에 입점을 제안했다. 카레클린트는 고객들이 직접 원목가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자사 제품들로 카페를 꾸몄다. 정 대표는 “간절하게 신입 사원이 되려 했는데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 절망에서 피운 꽃
카레클린트는 2015년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으로 얼굴이 바뀌는 영화 속 주인공은 가구 디자이너다. 이 때문에 장면마다 원목가구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카레클린트 제품이다. 이 업체 대표들의 창업 스토리도 영화 못지않다. 셋은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나왔다. 남들이 알아주는 ‘홍대 미대생’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업이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고시원에서 지내며 토익도 준비하고 남들 하는 건 다 했는데 취업이 안 됐다. 한 광고회사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후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9년 9월 같은 과 친구 두 명과 힘을 합쳤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 처음에는 명품 가방 렌트부터 전시대 판매까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러다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가구였다. 나머지 둘도 정 대표와 함께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최대한 시간을 짜냈다. 낮에는 학교 생활을,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쪽잠을 잤다. 피로는 쌓여 갔지만 즐거웠다.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현실은 예술과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3일 안에 각자 1000만 원씩 돈을 구해 오기로 했다. 정 대표는 “저는 여자친구(현재 와이프)한테 꿨고 둘은 지인한테 사채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이었다. 막상 제품으로 만들려고 하니 어디에 맡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말하려니 창피한데 114에 전화해 가구 공장 번호들을 달라고 했어요. 상담원도 황당해 하면서 광주, 파주 등 몇 곳을 알려줬는데 무작정 갔더니 싱크대 만드는 곳도 있었어요.”(정 대표).
그러다 한 가구 제조 공장 사장을 만났다. 셋은 계약서도 없이 사장의 말만 믿고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샘플비로 냈다. 한 달 뒤 절망을 맛봤다. 의자에는 도면에는 없던 나사못이 박혀 있었고 심지어 조립이 제대로 안 돼 흔들리기도 했다. 탁 대표는 “모든 걸 다 걸고 기대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셋은 포기하지 않고 샘플들을 포터에 실었다. 곧바로 미리 찾아둔 사진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홈페이지에 들어갈 사진이라도 찍어 놓자는 마음이었다. 이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공장도 직접 찾아다녔다.
30년 목수 경력의 ‘재야의 고수’를 만난 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카레클린트 역사의 첫 장면이다.
○ “원목가구는 카레클린트란 말 나왔으면”
홈페이지를 만들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도 직접 했다. 모든 과정은 안 대표가 블로그에 고스란히 올렸다. 그랬더니 주문이 쏟아졌다. 첫 달 4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해마다 2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카레클린트는 현재 하청공장 3곳에서 원목가구를 만들고 있다. 130여 개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이들은 경기 용인에 연면적 5300m²(약 16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일부 하청업체를 이곳으로 데려와 원스톱 원목 가구 공정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숙사도 짓는다. 정 대표는 “가구 잘하는 사람은 다 데려와서 원목가구 하면 카레클린트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게 만들고 싶다. 남들이 못 하는 것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셋은 최근 ‘CEO가 된 녀석들’이란 제목으로 책도 냈다. 3평 고시원에서 사장님이 된 창업 성공기가 담겼다. 창업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성공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정 대표는 “이것저것 안 따지고 무턱대고 겁 없이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며 머쓱해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들이 쓴 책을 펴 봤다. 무심코 넘기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발견했다.
‘가구만큼 우리가 잘 아는 것도 없었고, 우리만큼 가구를 잘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입력 2017-03-15
몇 년 전 서울 마포구의 한 맥줏집. ‘취포생(취업포기생)’ 셋이 한탄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창가 테이블에는 맥주 세 캔이 나란히 놓였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갔다. “작품 준비나 하러 가자.” 이 말 한마디에 적막이 툭 깨졌다. 그때는 서로가 서로의 말을 취기로만 여겼다.
지난해 국내 수제 원목가구 업체 ‘카레클린트’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창업 7년 만이다. 이 업체 대표는 정재엽(32), 탁의성(32), 안오준 씨(30) 등 청년 창업가 3명이다. 지난달 28일 신세계 하남스타필드에 있는 카레클린트 가구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신세계는 지난해 스타필드 개장을 준비하면서 입소문을 듣고 카레클린트 측에 입점을 제안했다. 카레클린트는 고객들이 직접 원목가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자사 제품들로 카페를 꾸몄다. 정 대표는 “간절하게 신입 사원이 되려 했는데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었다.
○ 절망에서 피운 꽃
카레클린트는 2015년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으로 얼굴이 바뀌는 영화 속 주인공은 가구 디자이너다. 이 때문에 장면마다 원목가구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카레클린트 제품이다. 이 업체 대표들의 창업 스토리도 영화 못지않다. 셋은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나왔다. 남들이 알아주는 ‘홍대 미대생’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업이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고시원에서 지내며 토익도 준비하고 남들 하는 건 다 했는데 취업이 안 됐다. 한 광고회사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후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9년 9월 같은 과 친구 두 명과 힘을 합쳤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 처음에는 명품 가방 렌트부터 전시대 판매까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러다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가구였다. 나머지 둘도 정 대표와 함께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최대한 시간을 짜냈다. 낮에는 학교 생활을,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쪽잠을 잤다. 피로는 쌓여 갔지만 즐거웠다.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현실은 예술과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3일 안에 각자 1000만 원씩 돈을 구해 오기로 했다. 정 대표는 “저는 여자친구(현재 와이프)한테 꿨고 둘은 지인한테 사채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이었다. 막상 제품으로 만들려고 하니 어디에 맡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말하려니 창피한데 114에 전화해 가구 공장 번호들을 달라고 했어요. 상담원도 황당해 하면서 광주, 파주 등 몇 곳을 알려줬는데 무작정 갔더니 싱크대 만드는 곳도 있었어요.”(정 대표).
그러다 한 가구 제조 공장 사장을 만났다. 셋은 계약서도 없이 사장의 말만 믿고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샘플비로 냈다. 한 달 뒤 절망을 맛봤다. 의자에는 도면에는 없던 나사못이 박혀 있었고 심지어 조립이 제대로 안 돼 흔들리기도 했다. 탁 대표는 “모든 걸 다 걸고 기대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셋은 포기하지 않고 샘플들을 포터에 실었다. 곧바로 미리 찾아둔 사진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홈페이지에 들어갈 사진이라도 찍어 놓자는 마음이었다. 이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공장도 직접 찾아다녔다.
30년 목수 경력의 ‘재야의 고수’를 만난 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카레클린트 역사의 첫 장면이다.
○ “원목가구는 카레클린트란 말 나왔으면”
홈페이지를 만들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도 직접 했다. 모든 과정은 안 대표가 블로그에 고스란히 올렸다. 그랬더니 주문이 쏟아졌다. 첫 달 4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해마다 2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카레클린트는 현재 하청공장 3곳에서 원목가구를 만들고 있다. 130여 개의 일자리도 만들었다.
이들은 경기 용인에 연면적 5300m²(약 16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일부 하청업체를 이곳으로 데려와 원스톱 원목 가구 공정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숙사도 짓는다. 정 대표는 “가구 잘하는 사람은 다 데려와서 원목가구 하면 카레클린트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게 만들고 싶다. 남들이 못 하는 것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셋은 최근 ‘CEO가 된 녀석들’이란 제목으로 책도 냈다. 3평 고시원에서 사장님이 된 창업 성공기가 담겼다. 창업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성공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정 대표는 “이것저것 안 따지고 무턱대고 겁 없이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며 머쓱해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들이 쓴 책을 펴 봤다. 무심코 넘기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발견했다.
‘가구만큼 우리가 잘 아는 것도 없었고, 우리만큼 가구를 잘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입력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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