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5년 창업한 전국 6310곳 고용보험 사업체(1인 자영업자 제외한 법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연도별 개·폐업 현황과 근로자 수 변화 등을 조사한 '기업의 생존과 고용 성장에 관한 실증 분석'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김두순 고용정보원 전임 연구원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기업의 생존 현황을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창업 이후 10년 동안 생존한 사업체의 경우 근로자 수가 창업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고용 증대 효과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업종별 생존율 양극화 뚜렷
신규 사업체의 '10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74.9%로 단연 1위였다. 이어 하수·폐기물 처리·원료 재생 및 환경 복원업(48.1%), 건설업(47.5%), 제조업(43.3%) 등 순이었다. 김두순 전임 연구원은 "보건업에 속하는 병원·약국 등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오래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회복지 서비스업 역시 지난 2008년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10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부동산 및 임대업으로 20.5%에 그쳤다. 금융 및 보험업(21.7%), 숙박 및 음식업(26.1%),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27.2%) 등도 생존율이 20%대에 그쳤다. 이 업종들에 속한 사업체는 창업 10년 안에 열 곳 중 여덟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고용정보원은 "이 업종들은 대부분 사업체의 규모가 영세한 데다 창업이 쉽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업종들의 사업체는 창업 3~4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3년 차 생존율이 52.8%였고, 음식 및 숙박업은 4년 차에 접어들면 생존율이 51.7%까지 떨어졌다. 규모별로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생존율(81.8%)이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35.5%)의 두 배가 넘었다.
◇"기업 생존이 곧 일자리 창출"
신생 사업체의 10년 차 평균 근로자 수는 24.6명으로 설립 당시(평균 11.5명)보다 2.2배 늘어났다. 음식 및 숙박업이 4배(11.9명→42.4명)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다른 업종에서도 대부분 1.5~3배가량 늘어났다. 오래 살아남은 사업체들의 경우 경쟁력이 있어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이로 인해 근로자 수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3년 이상 20% 이상의 고용 증가를 기록한 '고용 고성장' 사업체의 비율은 과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8년에는 전체 사업체의 6.3%가
고용 고성장 업체였지만 2012~2015년엔 4.3%로 준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기업 수명이 더 짧아질 수 있어 사업체 장기 생존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직업 훈련 등 노동 시장의 공급자 지원 위주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 생존율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손장훈 기자 입력 : 201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