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산성 높이려면 직원의 집중력을 관리해야"

해암도 2016. 10. 23. 11:09

 '생산성 프로젝트' 저자 크리스 베일리

생산성 실험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화제를 모은 크리스 베일리가 저서를 들고 있다.
생산성 실험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화제를 모은 크리스 베일리가 저서를 들고 있다./크리스 베일리
제때 퇴근하면 '칼퇴(정시 퇴근)'한다고 눈총받는 야근 공화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근로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이다. OECD 평균보다 1.2배 길다. 힘들게 일한 만큼 생산성도 좋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31.9달러로 OECD 평균보다 낮다.

올해 초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 문제를 직접 실험한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와 돌풍을 일으켰다. 제목은 'The Productivity Project(생산성 프로젝트)'. 국내에는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는 제목으로 이달 초 번역됐다.

저자인 크리스 베일리(Bailey·28)는 2013년 캐나다 칼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기, 주 90시간 근무와 주 20시간 근무 비교하기 등의 실험을 했고, 그 결과와 관계자 인터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처음 0명이었던 방문자는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에는 25만명에 이르렀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해 화제가 됐다. 베일리가 1년간의 실험으로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업무 시간이 생산성의 주요 요소였던 과거 '공장 기반의 경제'와 지금은 다르다"며 "회사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싶다면 직원의 근무시간보다는 에너지와 집중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90시간 근무와 주 20시간 근무의 결과는 어땠나.

"내 경험으로는 주 35~40시간 이상 근무하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사회학자 피어스 스틸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주간 근무시간이 55시간을 넘어서면 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야근이 필요 없다는 말인가.

"하루 중 사람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5시간 정도다. 야근은 '어차피 늦게까지 근무하니 나중에 해야지'라는 안도감을 준다. 오후 6시에 강제로 컴퓨터가 꺼진다면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 할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더 생산적이라는 속설은 맞나.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실험을 했다. 죽을 맛이었다. 기상 직후 한두 시간은 비몽사몽이었다. 결국 오후가 돼야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생체리듬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사이에는 사회경제적 지위 차이가 전혀 없다고 나온다."

―기업에서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율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생체리듬이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오전 9시까지 회사를 가는 상황에 최적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어떤 방법이 좋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유혹하 는 달콤한 사탕과 같다. 책상 위의 마우스를 클릭할 때 우리의 손과 귀, 눈은 화려한 화면과 스피커 소리에 점령당한다. 내가 처음 인터넷을 제한했을 때 사탕을 끊은 어린아이처럼 힘들었다. 하지만 적응되고 나니 이메일을 쉴 새 없이 확인하는 버릇이 없어졌고, SNS 중독도 사라졌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독서, 인터뷰 준비, 명상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조선일보    배정원 기자    입력 : 2016.10.21